Ⅰ. 서 론
결절성 양진(Prurigo nodularis)은 각화성 결절을 동반한 소양감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이 질환은 다른 만성 소양증 피부 질환에 비해 더 강렬하고 빈번한 소양증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1). 현재 한국에서 추정되는 연간 결절성 양진의 유병률은 피부과 외래 환자 1,000명당 4.82건으로 비교적 드물지만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이다2). 하지만 아직 명확한 치료방법이 없어 다양한 치료방법이 연구될 필요가 있다.
결절성 양진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일부의 연구에서는 HIV 감염 혹은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한다1). 결절성 양진은 임상적으로 5-12㎜ 정도 크기의 돔 형태를 가지며, 염증 후 색소침착으로 둘러싸인 소양감을 동반한 결절이 나타난다. 주로 사지의 외측면에 나타나며, 습진성 발진이 동반될 수 있다3). 현재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calcipotriol, capsaicin 등과 같은 약물들이 결절성 양진의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2). 하지만 일반적으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재발이 쉽게 일어난다3,4).
현재 결절성 양진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연구는 치험례 4편에 불과하다. 변 등5)의 연구에서는 결절성 양진을 肝氣鬱結로 변증하여 치료하였고, 원 등6,7)은 痰飮의 積滯가 化熱하여 血燥生風한 것으로 변증하여 치료한 치험례와 장내 세균 개선을 병행한 치험례를 발표하였다. 필 등8)의 연구에서는 한방 치료에 기공을 더하여 치료하였다. 이러한 치험례들은 모두 辨證論治의 방법으로 한약을 처방하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결절성 양진을 古法에서 말하는 毒의 관점으로 파악하고 각 약물의 효능을 참고하여 古方을 처방하였을 때 효과를 얻었으므로 보고하고자 한다9).
Ⅱ. 윤리적 승인
본 연구는 추가적인 정보 수집 없이 환자를 임상에서 치료한 기록만을 후향적으로 검토하는 연구로서 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 임상연구심사위원회의 심사 면제 승인을 받아 시행되었다(승인번호: DHUMC-D- 22007-ETC-01).
Ⅲ. 증 례
1. 환자(성별/연령) : 김○○(F/26)
2. 발병일 : 2021년 9월경
3. 치료 기간 : 2021년 11월 30일 – 2022년 5월 16일(168일)
상기 환자는 양측 사지부와 체간부의 극심한 소양감을 동반한 결절을 주소증으로 내원하였다. 피부 병변을 관찰하였을 때, 결절은 돔 모양으로 중심부에는 단단한 핵이 있고 주변부로 부어있는 양상이었다. 결절의 크기는 5-7㎜가량이었으며, 결절의 개수는 64개 있었다. 또한 결절 주변부로 갈색의 색소침착이 있었다. 체간부와 양측 대퇴부에는 붉은 발진이 동반되어 있었다. 그리고 피부를 촉진하였을 때, 병변에서 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환자는 상기 주소증에 대해서 발병일로부터 약 3개월 동안 스테로이드(제이솔론정)와 항히스타민제(베포탄정, 아디팜정)를 1일 3회 복용 중이었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었다.
5. 과거력 : 없음
6. 계통적 문진
상기 환자에게 烏頭湯을 투여하였다. 탕약은 1첩을 130㏄ 3팩씩 전탕하였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2021년 11월 30일 – 2022년 5월 16일. 168일) 동안 매일 3회, 1회 1팩씩 복용할 수 있도록 처방하였다(Table 1).
Herb Name | Botanical Name | Dose(g) |
---|---|---|
蜂蜜 | Apis Cerana | 5 |
黃芪 | Astragali Radi | 3 |
甘草 | Glycyrrhizae Radi | 3 |
芍藥 | Paeoniae Radi | 3 |
麻黃 | Ephedrea Herb | 3 |
附子(炮) | Pulvis Aconiti Tuberis Purificatum | 1 |
결절성 병변 주변부의 부어있는 정도가 감소하였으며, 중심부의 단단한 핵만 남은 병변이 증가하였다. 결절의 개수는 48개가량으로 감소하였고, 소양감은 VAS 8로 감소하였으며, 체간부 발진의 양상이 호전되었다.
Date | VAS | Nodularis Count(Number) |
---|---|---|
2021.11.30 | 10 | 64 |
2021.12.9 | 8 | 48 |
2022.1.6 | 5 | 40 |
2022.2.17 | 3 | 23 |
2022.4.5 | 1 | 0 |
Ⅳ. 고 찰
결절성 양진에 대한 치료의 목표는 소양감 감소와 결절 주변의 염증성 피부를 치료하는 것이다. 결절성 양진에 대한 치료로서 여러 약물이 사용되고 있지만, 현재 결절성 양진에 대한 치료로서 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은 없으며, 명확한 병리학적 기전이 알려지지 않아 정해진 치료 프로토콜이 없는 실정이다1).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은 항히스타민제이며, 다음으로 경구용 스테로이드가 많이 처방되었다. 그러나 결절성 양진에 대하여 항히스타민제를 거의 처방하지 않는 미국과 치료 방법에서 차이가 있으며, 국제 전문가들은 결절성 양진에 대한 전신 스테로이드를 권장하지 않는다2). 또한 국소적으로 pimecrolimus, calcipotriol, tacrolimus가 사용될 수 있으나, 임상적으로 이점이 거의 없다1). 그러므로 결절성 양진을 치료하기 위해서 다른 여러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한의학에서 결절성 양진은 粟瘡으로 볼 수 있으며 《醫宗金鑒·外科心法要訣》10)에 “形如粟粒, 其色紅, 搔之愈痒, 久而不瘥, 亦能消耗血液, 膚如蛇皮.”라 하여 결절성 양진의 양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결절의 양상을 古法에서 말하는 毒의 관점에서 중심부의 단단한 핵은 結로, 주변부로 부어있는 양상은 水로 고려하여 水와 結이 합쳐져 있는 것으로 판단하였다9). 《藥徵》에서 水를 치료하는 여러 약물 중 본 연구에서는 黃芪, 麻黃, 附子를 사용하였다. 黃芪는 利水消腫하는 효능이 있으며 《藥徵》11)에서 “黃芪主治 肌表之水也. 故能治 黃汗 盜汗 皮水. 又旁治 身體腫 或不仁者.”라 하였다12). 肌表는 《藥徵》에서 피부를 의미하므로 黃芪는 피부의 물을 치료한다고 할 수 있다11). 또한 麻黃은 發汗解表, 利水消腫하여 痲疹과 風疹으로 인한 가려움증과 水腫에 적용할 수 있다12). 《藥徵》11)에서 “麻黃主治喘咳水氣也 方治 惡風 惡寒 無汗 身疼骨節痛 一身黃腫”라 하였는데 결절의 부종을 피부에서 나타난 水氣로 고려하였다. 附子는 散寒除濕하는 효능이 있어 鬱滯된 寒濕을 처리할 수 있다12). 《藥徵》11)에서는 “附子主逐水也. 故能治 惡寒 身體四肢及骨節疼痛 或沈重 或不仁 或厥冷 而旁治 腹痛 失精 下利.”라 하였으므로 본 증례의 결절의 양상에 대해서 逐水를 통해 水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芍藥은 《藥徵》에서 “芍藥主治結實而拘攣也. 旁治 腹痛 頭痛 身體不仁 疼痛 腹滿 咳逆 下利 腫膿.”이라 하였는데, 結實이라는 것은 ‘맺히고 채워져 있는 상태’로 해석되며 임상적으로는 ‘단단히 맺힌 덩어리’를 뜻한다11). 따라서 본 증례에서 결절 중심부의 단단한 핵을 結實로 고려하여 사용하였다.
또한 甘草는 《藥徵》에서 “主治 急迫也.”라 하였는데, 急迫이라는 것은 환자의 증상이 급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11). 그러므로 결절성 양진의 극심한 소양감을 急迫의 양상으로 고려하였다. 蜂蜜은 《藥徵續編》에서 甘草와 같이 急痛을 치료하고 緩諸急하며, 草烏(附子), 甘遂, 半夏 등과 함께 쓰여 結毒과 急痛을 主治하고 다른 藥毒을 돕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되어있다13). 甘草와 蜂蜜은 모두 解毒의 효능이 있어 여러 피부 질환에 사용할 수 있으며, 극심한 소양감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12).
이와 같이 본 증례에서 사용된 烏頭湯은 水와 結을 제거하여 결절의 양상을 회복시키고, 극심한 소양감을 감 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烏頭湯은 麻黃, 芍藥, 黃芪, 甘草, 附子, 蜂蜜로 구성된 처방으로 《金匱要略》14)에서 “脚氣疼痛 不可屈伸 烏頭湯治之”, “歷節不可屈伸 疼痛 烏頭湯注之”라고 설명되어있다. 주로 관절통에 사용하며 피부에 사용한 국내 임상례나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중국에서 烏頭湯이 관절염 환자에게 항염증 효과가 있다는 연구15)는 존재하였으나 마찬가지로 피부에 사용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烏頭湯이 기존에 문헌이나 연구에서 피부 질환에 사용된 예가 없으나, 이와 같이 약물의 구성을 살펴보았을 때 피부 질환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침 치료는 0.16㎜×30㎜의 1회용 毫鍼를 사용하여 足三理(ST36), 百會(GV20), 內關(PC6), 外關(TE5)과 환부 주변에 자침하였는데, 調氣血하여 환자의 소양감 완화를 목적으로 하였다. 또한 약침은 환자의 피부 병변이 주로 팔, 다리에 있음을 고려하여 약물이 최대한 환부에 가까이 작용할 수 있도록 足三理(ST36), 曲池(LI11)에 투여하였다.
본 연구에서 함께 약침으로 사용된 紫河車는 虛損을 補益하고 氣血과 精을 보호한다. 또한 紫河車 약침은 항감염 작용, 저항력을 증강시키는 작용 등이 있으며, 상피세포증식인자(EGF)를 포함한 여러 세포 증식인자를 가지므로 피부에 투여하여 염증을 완화시키고 병변의 재생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16).
본 연구는 환자의 소양감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VAS를 사용하였으며, 사진을 통하여 결절의 상태와 개수를 확인하였다. 환자는 기존에 3개월 동안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여 호전이 없었으며, 스테로이드를 바로 중단할 시 생길 수 있는 리바운드 현상과 환자의 삶의 질 저하를 고려하여 복용을 서서히 중단하도록 하였다. 烏頭湯을 복용하며 한방 치료를 받은 지 38일 정도에 스테로이드 복용을 완전히 중단하였으나 추가적인 결절의 발생은 거의 없었다. 또한 이 시기에 피부 표면에 구진 양상의 결절은 대부분 사라졌으나 피부를 만지면 핵과 같이 단단한 결절이 피부 아래에서 만져지는 상태였다. 항히스타민제는 환자의 소양감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약 50일 정도 더 복약하였으며 중단한 후에도 소양감이 완전히 소실된 상태가 유지되었다. 烏頭湯을 복용하며 한방 치료를 한지 127일 후에는 피부 표면에서 만져지는 단단한 핵이 사라졌으며 색소침착으로 남았다. 따라서 한방 치료를 통해 水와 結이 해결되며 결절성 양진의 결절성 병변과 극심한 소양감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증례는 1례로서 표본의 수가 부족하여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결절성 양진에 古法에서 사용하는 毒의 관점으로 병변을 확인하고 구성 약물의 효능을 참고하여 선방한 처방을 사용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침 치료와 약침 치료를 병행하여 烏頭湯의 단독 효과에 대해서 증명하기에 부족하므로 차후 처방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