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치핵은 직장과 항문 사이의 부분인 항문관의 점막하층에 위치한 혈관과 민무늬근이 변비 또는 배변 시 긴장 등의 유발 인자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여 내려와서 출혈, 혈전, 돌출 등의 임상 증상을 일으키는 상태를 일컫는다1,2).
국민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20개 주요 수술 중 치핵 수술이 164,005건으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수술 비율이 높은 질환이라 할 수 있다3). 그러나 수술을 하더라도 출혈, 감염, 항문 협착, 요폐 등의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 후 1-5%의 재발률을 보이기 때문에 증상을 인지한 초기 시점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4,5). 일반적으로 치핵의 보존적 치료로 식이 조절과 상담 등 일상생활 관리 요법이 활용되고 있으나, 재발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짧은 완해 기간과 더딘 치료 경과가 보고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치료법의 개발 및 보급이 필요한 시점이다6).
치핵은 ≪東醫寶鑑 外形篇券之四≫에서 “內經曰, 腸澼爲痔. 如大澤中有小山突出爲峙, 人於九竅中, 凡有小肉突出皆曰痔, 不特於肛門邊者. 有鼻痔, 眼痔, 牙痔等類, 其狀不一. 《三因》” 이라고 언급되어 있으며, 치핵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보고들이 이루어지고 있다2). 이를 살펴보면 정 등7), 이8) 는 침 단독 치료를, 김9) 등, 이10)등, 이11)등은 한방 복합 치료를 보고하였으며 총 5례가 있다. 그러나 한약 단독 투여만으로 호전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었다.
이에 저자는 혼합 치핵으로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한약 단독 치료를 시행한 결과 치핵 증상의 완화에 유의한 결과를 얻었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Ⅱ. 연구 대상 및 방법
혼합치핵을 주소로 바른몸에스한의원에 내원한 환자 1명에게 연구 자료 활용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으며, 2021년 5월 22일부터 2021년 8월 21일까지 작성된 진료 기록부를 토대로 경과 관찰을 하였다.
원내의 치질 경험방인 湯劑와 丸劑를 환자 상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복용하도록 하였다.
Date | Prescrip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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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5.22. - 2021.7.16 | 酸棗仁 8g, 黃芩 6.67g, 當歸 5g, 柴胡 5g, 五味子 5g, 芍藥 5g, 大黃 4g, 玉蜀黍蕊 4g, 薑黃 2.67g, 牽牛子 2.67g, 韓茵蔯 2.67g, 沒藥 0.67g, 蒼朮 0.67g, 川芎 0.67g, 梔子 0.67g |
Date | Prescrip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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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17. - 2021.8.21 | 酸棗仁 1.07g, 黃芩 0.9g, 當歸 0.67g, 柴胡 0.67g, 五味子 0.67g, 芍藥 0.67g, 大黃 0.54g, 玉蜀黍蕊 0.54g, 薑黃 0.37g, 牽牛子 0.37g, 韓茵蔯 0.37g, 沒藥 0.1g, 蒼朮 0.1g, 川芎 0.1g, 梔子 0.1g |
치핵의 주증상인 통증, 출혈, 탈출에 대해 각 0-4점을 부여하는 5단계 척도를 사용하였고, 부증상인 가려움, 진물에 대해 ‘없다’, ‘가끔 있다’, ‘항상 있다’ 세 단계로 나누어 기록하였다. 또한 주증상인 통증, 출혈, 탈출 각 항목을 종합하여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종합 증상 점수(Total Symptom Score; TSS)를 (통증점수×1.0)+(출혈점수×1.0)+(탈출점수×1.5)로 나타냈다. 특히 항문 탈출의 정도는 보존적 치료, 시술 및 수술 등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치질의 중증도를 나타내며,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에 다른 증상에 비해 호전, 악화의 반영이 느리므로, 이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나타냈다(Appendix 1).
Ⅲ. 증 례
본 증례는 2021년 5월 22일부터 2021년 8월 21일까지 바른몸에스한의원에 내원한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증례 보고로서 우석대학교부속한방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심의를 거쳤다(WSOH IRB H2110-02).
항문부에 통증 및 돌출감이 있는 상태로, 보행이나 안정 시에 돌출되어 있고 보행이나 좌위 시 극심한 통증과 불편감을 수반한다. 배변 시 변에 진물이 섞여 나오면서 피가 쏟아져 변기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정도이다.
현 40세 남자 환자로 2018년경 치핵이 발병한 적이 있으며, 타 한의원에서 한약 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었으나, 2021년 5월경 증상 재발하여 local 항문외과에 내원하였고 ‘외치핵’을 진단받았다. local 항문외과에서 수술 치료를 권유 받았으나 수술 치료 시 재발률이 높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refuse 후 observation 중 2021년 5월 22일 본원에 내원하였다.
바른몸에스한의원에서 항문 질환에 사용되는 초진 설문지를 활용하였다(Appendix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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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치료 경험 : 나는 항문외과에서 수술 권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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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현재 증상 중 치료받고 싶은 증상을 순서대로 써주세요 : 출혈 돌출 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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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최근 항문 출혈 상태는 어떤가요? : 변기 붉게 물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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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최근 항문 돌출 상태는 어떤가요? : 손으로 밀어야 들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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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1. 최근 불편감 정도를 지수로 표현하면? :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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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2. 최근 항문 불편감 언제 있나요? : 평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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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1. 최근 가려움 정도를 지수로 표현하면?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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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1. 최근 가려움은 언제 있나요? : 기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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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치질이 언제 심해지나요? :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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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항문 고혈압 지수 체크 사항 : 別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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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소화 상태 : 別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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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1. 배변 주기 및 시간 : 배변주기 1-2일 , 배변시간 10-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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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2. 평소 변 상태는? : 형태 있는 변이나 변비증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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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수면 시간 :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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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운동 : 주 4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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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치료 계획 : 증상의 재발을 막는 치료까지 원한다.
첫 내원인 2021년 5월 22일부터 2021년 8월 21일까지 2주 또는 3주 간격으로 내원하여 치핵의 돌출 정도를 사진 촬영하였으며, 치핵 증상의 호전 정도를 청취하였다.
치료 기간 동안 촬영한 환자의 항문부 영상을 비교하여 초진 시의 돌출, 부종, 발적된 항문부 병변이 점차 호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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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021년 5월 22일 (Baseline)
초진 시 환자는 배변 시 변에 진물이 섞여 나오고, 피가 왈칵 쏟아지면서 변기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정도였으며, 보행 시 치핵 돌출 정도가 심하여 일상생활의 불편감을 호소하였다. 좌위 시에도 심한 통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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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2021년 6월 19일 (Week 4)
배변 시 변기에 피는 보이지 않고, 휴지에 붉은색이 묻어나는 정도이며 진물이 묻어나지 않았다. 진물은 치료 2주부터 사라졌다. 배변 시의 탈출감은 그대로이나 보행 시 탈출감은 많이 호전되었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기립 시 탈출감이 느껴진다고 호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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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2021년 7월 3일 (Week 6)
배변 시 휴지에 묻어나는 붉은 피가 없어졌다고 하였다. 배변 시 탈출감은 유지되나 활동 시 또는 기립 시의 탈출감은 없어졌다. 전반적으로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재발 방지를 위해 탕제를 환제로 변경하여 약 3개월의 지속적인 치료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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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2021년 8월 21일 (Week 13)
배변 시 휴지에 묻어나는 것은 없는 상태이며, 배변 시 탈출감도 살짝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느낌으로, 약 3분 후 저절로 들어갈 정도로 회복되었다. 안정 시와 활동 시 항문부위의 불편감 과 통증은 느껴지지 않으며, 환자 스스로 완전히 회복된 느낌이라고 보고하였다.
각 증상의 점수(Score)와 종합증상점수(Total Symptom Score: TSS)로 평가하였다. 가려움의 경우 증상을 호소하지 않아 도표로 표현하지 않았다(Fig. 2).

Ⅳ. 고 찰
치핵은 반복적인 배변 과정으로 인해 항문관 점막 아래에 있는 정맥총이 울혈 되고, 늘어난 조직을 근육에 고정해 주는 결합 조직들이 탄력성을 잃어 늘어나게 되어 발생한다12).
치핵의 분류는 치상선을 기준으로 치상선 위로 발생하는 내치핵과 치상선 아래에 발생하는 외치핵, 두 가지가 복합된 혼합 치핵으로 나뉜다7). 특히 내치핵이 발생하는 치상선 위는 피부 조직에 비해 약한 소화관 점막으로, 쉽게 출혈 및 탈출하나 통증은 드물다. 반면, 외치핵이 발생하는 치상선 아래는 피부 조직이기 때문에 쉽게 출혈 및 탈출되진 않지만, 체성신경 지배를 받아 심한 통증을 느낄 수 있고, 피부의 종창이 나타날 수 있다. 혼합 치핵의 경우는 내치핵과 외치핵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9,10).
치핵의 치료는 보존적 치료, 비수술적 치료, 수술적 치료로 대별되며, 가장 대중적인 치료는 수술 요법이다. 다만 수술적 치료는 침습적인 시술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점, 수술 후 일상 생활로 복귀하기까지 가져야 하는 회복 시간, 수술이라는 상황에 대해 환자가 가지는 정신적 육체적 부담감이 있고, 그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12).
보존적 치료는 1-2도의 경미한 치핵이 적응증이며, 고섬유소 식이, 충분한 수분 공급, 좌욕, 완화제 사용 등이 있고, 비수술적 치료는 중간 단계의 치료법으로, 고무밴드 결찰술, 스테이플 치핵 고정술 등이 있다13).
한의학에서 치핵의 병인에 대해서는 의가별로 의견이 다양하였다. ≪內經≫은 ‘風客淫氣 精乃亡, 邪傷肝也. 因而飽食 筋脈橫解 腸澼爲痔’ 라 하여 치질이라는 질환에 대해 처음 언급하였으며, 《東垣十種醫書》에서는 痔의 원인을 濕, 熱, 風, 燥로 이해하였다14). 또한, 飮食不節, 酒色過度, 用力過度, 氣血虛, 기후 및 환경 등이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10,15).
이에 따른 治法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한 風, 濕, 燥, 火, 氣血虛, 陰精虧損을 해소하는 내치법과 그 외 외과적 수술 등의 외치법과 외용 약물 요법 등으로 나뉜다10). ≪醫學入門≫에서는 “刀割線剔 損臟傷命”이라 하여 절개하는 외과적 처치법은 궁극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치료법이라 하기도 하였고, “凉血和氣 淸濕熱 濁燥逍風 止通痒”이라 하여 風濕燥熱을 해소하는 내치법이 중시되었다10).
내치법의 치료 원칙으로는 초기에 凉血을 위주로 淸熱, 祛風, 止血하고 利濕解毒하여야 하며 , 말기에는 補中益氣, 養血止血을 겸할 수 있다14). 약물 치료에는 원인별로 淸熱凉血에는 凉血地黃湯 혹 槐角散, 淸熱利濕에는 萆薢滲濕湯 혹 龍膽瀉肝湯, 淸熱解毒에는 黃連解毒湯 혹 仙方活命飮加減, 凉血補血에는 四物湯 혹 八珍湯, 淸熱通腑에는 大承氣湯 혹 脾約麻仁丸加減, 補中益氣에는 補中益氣湯을 사용한다16). 현대 중의학에서는 當歸連翹赤小豆湯, 防風蓁艽湯, 痔宁湯, 凉血地黃湯, 補中益氣湯 등에 대하여 임상 연구가 진행되었다17).
본 증례의 환자는 내원 당시 local 항문외과에서 외치핵으로 진단받았으나 출혈, 돌출, 진물과 이로 인한 일상 생활에서의 심한 불편감 및 통증을 호소하는 등 복합적인 치핵의 증상을 모두 가지고 있어 혼합 치핵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행하였다. 치료 경과의 평가는 육안적 평가와 환자의 주관적 호소를 기록하였고, 김 등9)이 치핵 관련 연구들과 국내 한방 진료 현실을 고려하여 사용한 평가 도구를 활용하였다.
본 증례에 사용된 한약 처방은 치핵의 병인에 해당하는 風, 濕, 燥, 火, 氣血虛, 陰精虧損의 병리를 고려하여 통합적으로 구성된 경험적 통치방이다. 酸棗仁은 精神安定과 동시에 滋養强壯작용이 있는 健胃滋養劑이다18). 이를 當歸, 芍藥, 五味子가 보조하며, 柴胡가 氣虛下陷으로 인한 탈항에 升擧 작용을 하고, 淸熱하는 효능이 있는 黃芩, 大黃, 韓茵蔯, 梔子, 祛濕하는 玉蜀黍蕊, 牽牛子, 蒼朮, 祛風을 목적으로 沒藥, 薑黃, 川芎으로 약재를 구성하였다.
13주간의 치료 후 촬영한 치핵 부위의 사진상에서 외견상 보이는 돌출의 감소와 소실이 보였고, 주증상인 통증, 출혈, 탈출에서 유의한 호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보행 및 좌위 시 등 일상생활 불편감이 감소하였다. 또한 종합증상점수(TSS)도 13주간의 치료 후 감소함을 확인하였다.
다만 통증과 출혈의 경우 비교적 단기간에 증상이 크게 호전된 것에 반해, 탈출 증상의 경우 전 치료 기간 동안 오직 8주 차에서 11주 차로 넘어가는 기간에서만 3점에서 2점으로 호전을 보였다. 이는 탈출 증상의 경우 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에 다른 증상에 비해 호전, 악화의 반영이 느리므로9), 치료 기간이 충분치 못하여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사료된다.
본 증례는 수술 권유를 받은 혼합 치핵 환자에게 한약 단독 치료를 시행한 결과, 객관적 증상과 육안적 형태 및 주관적 불편감에서 종합적인 개선을 보인 사례이다.
현대의 치핵의 치료로 수술적 요법이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긴 회복 시간 또는 재발 가능성 등 한계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12). 저자는 식이・생활습관 조절 등의 보존적 요법과 더불어 한약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통합의학적 치질 치료에서 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본 증례를 바탕으로 한약 치료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었으며, 향후 체계적 연구를 통해 한약의 치핵 치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해 검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사료된다.
본 증례의 환자 수가 1례에 불과한 점, 지속적으로 탈출 증상이 호전되어 재발이 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데 관찰 기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추후 보다 심도 있는 연구 및 임상 보고들이 이어질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