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대상포진(herpes zoster)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에 감염된 후 수년 이후 재활성화 되어 수포가 일측의 신경분포를 따라 띠 모양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1). 감염 이후 조직, 말초신경, 척수신경절의 손상이 발생하여 손상과 신경재생에 따르는 이소성 흥분파(ectopic discharge)의 생성, 척수후각의 광작동역 뉴런(wide dynamic range neuron)의 감각 처리 이상, 중추신경의 과민화(central sensitization) 등에 의해 신경통이 발생한다2).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이라고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의 가장 흔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합병증이다3). 그러므로 대상포진 치료에서 통증 관리는 가장 중요한 치료 목표 중 하나이다.
한의학에서 대상포진 통증의 억제와 합병증 예방을 위해 약침, 약물, 침구, 부항 등의 치료가 시행되고 있으며4), 양방에서는 항바이러스제, 마약성 진통제 등을 투여하고, 신경차단술 등이 시행되고 있고5), 일부에서는 한·양방 협진 치료가 이루어지기도 한다6).
아직 국내에서의 대상포진 한방 단독 치료와 한·양방 협진 치료의 효과에 관하여 분석 연구된 보고는 없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 한의학 학술지에 보고된 임상 증례 논문들을 통해 국내 임상 현장에서의 대상포진 한방 단독 치료와 한·양방 협진 치료 효과를 비교하였다. 이를 통해 향후 대상포진의 치료에 대한 연구 방향에 기여하고자 한다.
Ⅱ.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에서는 전통의학정보포털(Oriental Medicine Advanced Searching Integrated System, OASIS),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National Discovery for Science Leader, NDSL), 학술연구정보서비스(Research Information Sharing Service, RISS), 한국학술정보(Korean studies Information Service System, KISS), 한국전통지식포털(Korean Traditional Knowledge Portal, KTKP), 한국의학논문데이터베이스(Korean Medical Database, KMBASE), DBPIA (DataBase Periodical Information Academic), KoreaMed, 국회도서관(National Assembly Library)의 총 9개의 검색 엔진을 이용하여 ‘대상포진+한방’, ‘대상포진+침’, ‘Herpes zoster+한방’, ‘Ramsey Hunt+한방’의 키워드로 대상포진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문헌을 검색하였다(검색일: 2019년 7월 23일 - 2019년 7월 26일). DB상 존재하는 최초의 논문부터 2018년 8월까지 출간된 논문 중에서 DB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중복되지 않게 선별하였다. 이후, 제목과 초록에 근거하여 대상포진의 한방 치료와 연관이 없는 논문 26편, 문헌고찰 논문 7편, 실험 논문 3편, 대상포진으로 인한 2차적 질병에 대한 논문 29편을 제외하여 대상포진과 관련된 증례 보고만을 선별하였다(Fig. 1). 제외 기준에 대상포진의 급성 여부, 대상포진과 관련된 합병증은 포함되지 않았다.
선정된 논문 분석 시 한방 치료를 단독으로 한 증례와 한·양방 협진으로 치료를 한 증례로 나누어서 치료 효과를 비교 분석하였다. 치료 효과는 VAS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VAS 변화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한방 단독 치료군과 한·양방 협진 치료군의 VAS Scale의 비교는 IBM SPSS 25를 이용해 비모수검정 2-독립표본 Mann-Whitney U Test를 시행했다.
Ⅲ. 결 과
검색된 논문은 2000년 이전에 1995년 1편, 1997년 1편 발표되었다. 2000년 이후에는 2017년을 제외하면 매년 평균 2편의 빈도로 발표되고 있으며, 2015년에 4편이 발표되었다(Fig. 2).
전체 논문 36편 중 정확한 치료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4편을 제외한 논문들의 평균 치료 기간은 24.13일이었다. 한방 단독 치료만 하여 연구한 논문 25편 중 정확한 치료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3편을 제외한 논문들의 치료 기간 평균은 24.6일이었고, 한·양방 치료를 병행하여 연구한 논문 11편 중 정확한 치료 기간이 명시되지 않은 1편을 제외한 논문들의 치료 기간 평균은 23.14일이었다. 독립표본 T 검정 결과, 양측 유의확률이 0.81로 양 그룹의 치료 기간에 유의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었다(Fig. 3).
VAS를 이용하여 통증 변화를 측정한 환자 중 일반 대상포진 환자는 총 21명이었다. 이 중 18명을 한방 단독으로 치료했으며, 3명은 한·양방 협진을 통해 치료했다.
각 환자의 전체 치료 기간 대비 VAS 변화율을 비교했다. 한방 단독 치료의 VAS 변화율의 평균은 0.56이었고, 한·양방 협진 치료의 VAS 변화율의 평균은 0.50이었다. Mann-Whitney U 검정 결과, 양측 유의확률이 0.93으로 두 군 간의 변화율은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Fig. 4, Table 1).
VAS 수치가 치료 전에 비해 처음으로 반감된 시점까지의 치료 기간을 구해 VAS 변화율을 비교했다. 한방 단독 치료에서 VAS가 처음으로 반감된 시점까지의 치료 기간은 평균 14일이었으며, VAS 변화율의 평균은 0.57이었다. 한·양방 협진 치료에서 VAS가 처음으로 반감된 시점까지의 치료 기간은 평균 8.67일이었으며, VAS 변화율의 평균은 0.73이었다. Mann-Whitney U 검정 결과, 양측 유의확률이 0.51으로 두 군 간의 변화율은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Fig. 5, Table 1).
VAS 수치가 처음으로 3 이하로 떨어진 시점까지 걸린 치료 기간을 구해 VAS 변화율을 비교했다. 한방 단 독 치료에서 VAS가 처음으로 3이하로 떨어진 시점까지의 치료 기간은 평균 15.4일이었으며, VAS 변화율의 평균은 0.64이었다. 한·양방 협진 치료에서 VAS가 처음으로 3 이하로 떨어진 시점까지의 치료 기간은 평균 12일이었으며, VAS 변화율은 0.62이었다. Mann-Whitney U 검정 결과, 양측 유의확률이 0.75로 두 군 간의 변화율은 유의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Fig. 6, Table 1).
총 36편의 논문 중에서 한약을 처방한 논문은 33편이다. 龍膽瀉肝湯을 처방한 증례가 총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補中益氣湯이 5건, 太陰人 淸心蓮子湯이 4건 처방되었다. 防風通聖散, 荊防敗毒散, 獨活地黃湯, 補兒湯, 五笭散, 柴苓湯이 각 3건 처방되었다. 그 이외에도 藿香正氣散, 逍遙散, 淸上蠲痛湯, 理氣祛風散, 黃連解毒湯, 葛根解肌湯, 荊防瀉白散, 牛蒡子 전탕액이 각각 2건 처방되었다.
외용약으로 雄黃散, 止痒靜, 一效散, 硫黃 및 沒藥의 전탕액이 처방되었다.
총 36편의 논문 중에서 약침 치료를 사용한 논문은 12편이다. 蜂毒 약침은 4회, 黃連解毒湯 약침 4회, 山蔘 약침 4회, 紫河車 약침 2회, 紅花와 鹿茸 약침, CS 약침은 2회 사용되었다.
V. 고 찰
대상포진(herpes zoster)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피부 병변과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피부질환이다7).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단일 후근 신경절 또는 삼차신경절에서 분지하는 뇌신경 및 척수 신경의 단일 혹은 여러 감각신경과 신경피질을 침범하여 발생한다8,9).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소양감, 저린 감각, 또는 통증이 먼저 나타난 후 띠 모양의 발진, 물집, 딱지가 생긴다10). 피부 병변이 치유된 후에도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 PHN)으로 본다11).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만성 난치성 통증 질환으로 생각되며 대상포진의 합병증 중 가장 흔하다. 그 유병률이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증가하고 있다9). 또한, 대상포진의 통증 및 불편감이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12).
대상포진은 한의학에서 纏腰火丹에 속하며 纏腰丹, 火帶瘡 등으로 고전 한의서에 기술되어 있다13). 발병 원인은 情志損傷에 의한 肝氣鬱結, 脾의 運化失調, 體弱에 의한 氣血凝滯로 보고 있다1). 이에 따라 침 치료, 한약 치료와 함께 외용제, 약침 등을 사용한다. 주로 淸熱解毒을 위해 龍膽瀉肝湯, 除濕胃苓湯, 柴胡淸肝湯, 逍遙山, 活血祛瘀湯 등을 처방한다14). 하지만, 한의계에 대상포 진의 표준 치료 지침은 없어 여러 기록에 의거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상포진의 양방 치료 목적은 신경 및 피부의 염증반응에 의한 손상을 방지하고 난치성의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의 이행 및 합병증을 방지하는 데에 있다15). 시기별로 급성기에는 발진 시작 후 3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며, Acyclovir의 정맥 투여 또는 Famciclover의 경구 투여를 한다16).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는 항경련제, TCA(amitriptyline, nortriptyline, desipramine), 아편유사제, Lidocaine, Capsaicin 연고 등을 사용한다17). 하지만, Gater A.의 연구18)에 따르면 실제 임상 현장에서 대상포진 치료를 위해 항바이러스제 등의 약물 투여 효과의 만족도가 부작용이나 편의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현대에서 한의학은 다양한 질병 치료에 유의미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나 양방 치료만으로는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 질병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19). 마찬가지로 대상포진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되면 양방 치료만으로 치료가 어려워진다20). 또한 한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대상포진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므로 대상포진 치료에서 양방 단독 치료보단 한방 치료의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21).
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의 한방 치료에 대한 보고는 한·양방 협진 치료와 한방 단독 치료가 각각 15%와 85%로 한방 단독 치료에 관한 증례가 더 많이 보고되었다. 또한, 각각의 치료 기간도 유의한 차이가 있지 않았다. 이에 따른 통증 경감 효과를 치료 기간에 따른 VAS의 변화율, VAS가 처음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동안 치료 기간에 따른 VAS의 변화율, VAS가 3 이하로 감소하는 동안 치료 기간에 따른 VAS의 변화율을 통해 확인해보면 한·양방 협진 치료가 한방 단독 치료에 비해 유의하게 효과가 있지 않았다. 즉, 대상포진 치료 시 한방 단독 치료로도 한·양방 협진 치료만큼의 통증 경감의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추가적으로, Lixin 등의 논문22) 결과에 따르면 합성 부신피질 호르몬 제제인 Prednisoloned를 1일 25mg씩 다섯 번 사용한 급성기 대상포진 환자의 VAS 변화율이 1일 약 0.36임을 확인할 수 있다. Lixin 등의 논문과 이번 연구를 한정하여 보았을 때, 한방 치료 혹은 한·양방 협진 치료의 VAS 변화율이 양방 단독 치료의 VAS 변화율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대상포진의 한방 치료 방법을 보면 약 치료와, 침 치료가 주를 이루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약 치료로는 龍膽瀉肝湯, 補中益氣湯, 太陰人 淸心蓮子湯 처방의 사용이 가장 많았으며, 그 외에도 防風通聖散, 五笭散, 藿香正氣散 처방 등을 자주 사용함을 알 수 있다. 龍膽瀉肝湯은 대상포진을 濕熱證으로, 補中益氣湯은 대상포진을 氣虛證으로, 太陰人 淸心蓮子湯은 대상포진을 燥熱證으로 변증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대상포진의 약침 치료 시에는 蜂毒과, 黃連解毒湯 약침의 사용 빈도가 가장 많았다. 蜂毒 약침은 면역반응의 조절을 효과를23), 黃連解毒湯 약침은 淸熱解毒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생각된다24). 침 치료 시에는 수기 침 치료 단독 사용보다는 전침 치료를 같이 하는 빈도가 높았다. 이는 전침의 사용으로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생각된다25). 양방과 협진 치료 시에는 양약은 다양하게 사용되었지만, 대부분 항바이러스제 또는 진통 효과가 있는 약물이었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대상포진 치료 시 한방 단독 치료 또는 한·양방 협진 치료를 통해 유사한 VAS 감소율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통증 감소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Zheng 등의 연구26)에 따르면 대상포진 급성기 단계에서 침, 부항과 함께 초음파 영동을 통한 Acyclovir 연고를 사용한 경우 침, 부항의 단독 사용보다 VAS가 유의하게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한·양방 협진 치료가 한방 단독 치료보다 통증 감소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본 논문과 결과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Zheng 등이 조사한 논문의 조건에 참가자가 대상포진 급성기 단계만 포함된 점, 한·양방 협진 치료 환자의 수가 본 논문보다 확연하게 많은 점, 한·양방 협진 치료가 Acyclovir 연고 사용에 한정된 점으로 볼 수 있다.
본 논문은 비교하고자 하는 두 집단의 표본 수가 적고, 그 수의 차이 또한 크다. 이 경우 통계를 이용해 가설을 검증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더 많은 환자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한방 단독 치료만으로도 한·양방 협진 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통증 경감의 효과가 있음에 대한 양질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Ⅵ. 결 론
2019년 7월까지 대상포진의 한방치료와 관련하여 통증의 변화를 VAS 수치로 나타낸 논문들을 국내 데이터베이스(DBPIA, KISS, KMBASE, KoreaMed, KTKP, RISS, NDSL, OASIS, 국회도서관)에서 검색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
연구 대상 논문은 18편으로 총 26건의 증례가 수집되었으며, 대상포진의 유형은 일반 대상포진이 22건, Ramsey Hunt 증후군이 4건이었다.
-
대상포진의 치료는 한방 단독으로 치료하는 비율(0.85)이 한·양방 협진으로 치료하는 비율(0.15)보다 높았다.
-
한방 치료가 개입된 경우, 치료 기간 대비 VAS 변화율은 일반 대상포진과 Ramsey Hunt 증후군 사이의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
일반 대상포진을 한방 치료 단독으로 한 경우와 한·양방 협진 치료를 한 경우 치료 기간 대비 VAS 변화율의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