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표피낭종은 진피 내에 있는 원형의 단단한 양성 종양으로 낭성 구조 안에 악취가 나는 지방질과 각질이 쌓여 있는 반구형 돌출물을 만든다1,2).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미용 상 문제가 되는 경우, 크기 증가로 파열되어 이물반응, 염증성 반응이 유발되는 경우,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낭종벽을 포함한 전체병변을 외과적으로 절제해야 하며, 낭종벽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3). 표피낭종은 병변 중심에 있는 면포와 같은 개구부를 통해 치즈 같은 각질화 된 부산물이 배출되는 개방형4), 개구부위가 관찰되지 않는 폐쇄형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폐쇄형의 경우 육안적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표피낭종은 脂瘤에 해당되며 《東醫寶鑑》에서 “脂瘤는 완전히 제거하면 낫는다.”라 하여5) 외과적 제거가 치료의 한 방법임을 언급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과적 절개를 위해 針(鈹鍼)과 刀를 사용하여 燒烙法, 割法, 截法을 시행하였고6) 의료기기가 발달한 현재에는 針(鈹鍼)과 刀를 대신하여 scalpel, laser, bovie 등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연조직 절개에는 scalpel에 비해 지혈효과를 가지는 CO2 laser, Nd:YAG laser, bovie가 사용되고 있다7,8). 외과적 절개를 위한 마취와 관련해서 고전 문헌에 섬수를 이용하여 국소마취를 시행하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으며9,10), 한의학계에 근대 이후에 섬수 약침을 이용하여 한의사가 외과적 수술을 시행한 증례 보고가 있다11).
현재 시행되고 있는 외과적 수술은 과거의 치료 도구가 기술적으로 발전한 것이며 근본적인 방법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또한 수술 후 소염, 항염증 효과가 있는 한약 투여로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 이에 서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증례이나 병변부에 섬수 약침으로 국소 마취 한 후 외과적 절개술을 이용하여 표피낭종을 제거하고 봉합한 후 한약 복용을 통하여 후유증 없이 치료된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
Ⅱ. 증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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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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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명 : 성OO, F/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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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소증 : 좌측 하악 부위에 1.0㎝ 가량의 표피낭종 2개가 관찰되며 이외에는 특이사항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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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단명 : 표피낭종(epidermal c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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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병력
상기 환자는 2016년 10월 13일 본원 한방재활의학과에 spinal stenosis of lumbar spine로 입원하던 중 하악 부위에 존재한 2개의 표피낭종 제거를 위하여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 진료 의뢰되어 진단받고 수술적 제거에 동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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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거력 및 가족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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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치료 방법
10월 13일 외래에 내원하여 좌측 하악 부위에 개방형 표피낭종 2개가 관찰되어 진단 후 수술을 시행하였다(Fig. 1.A, B). 표피낭종 제거 수술 전 낭종의 표피와 주위에 섬수약침(대한약침제형연구회) 2㎖를 각각 주입하여 부분마취 하였다. 마취 부위를 5분 뒤에 촉지 하여 감각이 둔해진 정도로 마취 유무를 확인하였다. 이후 15번 blade를 사용하여 횡단으로 각 1.0㎝ 절개선을 넣었다. 이후 CO2 하니 매화 레이저(surgical mode/ultra pulse/on time 1000㎲, frequency 100㎐)를 사용하여 출혈을 최소화 하면서 낭종의 상부 피막 부위까지 절개하였다. 절개 후 adson forcep과 iris scissors를 사용하여 낭종을 분리 후 제거하였다(Fig. 2.A, B, C).
완전 제거 후 세척, 소염 작용을 위하여 황련해독탕 약침액(자생원외탕전) 2㎖를 생리식염수 20㎖와 혼합하여 제거 부위에 도포한 후 단순 봉합(non-absorbable blue nylon 4-0)을 시행하였다(Fig. 3.A). 수술 후 소염, 항염증 작용을 위하여 銀翹散(단미엑스산 혼합제 ㈜한국신약) 1포(3.5g)를 하루 3번, 식후 30분에 7일간 투약하였다. 10월 17일, 10월 18일 외래에 내원하여 경과 관찰 및 simple dressing을 시행하였고, 10월 19일 피부접합 확인 후 봉합사를 제거하였다(Fig. 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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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경과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마취는 지속되었다. 낭종을 완전히 제거하였으며 봉합 후 수술 부위에 출혈, 통증, 염증반응과 같은 이상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 피부 접합 확인 후 봉합사를 제거하였고, 외래 재내원시에도 상기 이상 반응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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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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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명 : 이OO, M/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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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소증 : 背部(T6-T8 level)에 2.5㎝ 가량의 표피낭종이 관찰되며 이외에는 특이사항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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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진단명 : 표피낭종(epidermal c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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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현병력
상기 환자는 背部에 폐쇄형 표피낭종이 발생하여 2020년 1월 6일에 내원하였고 수술적 제거에 동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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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거력 및 가족력 : 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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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치료 방법
2020년 1월 6일 외래에 내원하여 유동성이 있는 양성 종물로 보이나 개구부가 관찰되지 않아 r/o lipoma 진단 후 수술을 진행하였다(Fig. 4.A, B). 제거 수술 전 낭종의 표피와 주위에 섬수약침(대한약침제형연구회) 2㎖를 주입하여 부분마취 하였다. 마취 부위를 5분 뒤에 촉지하여 감각이 둔해진 정도로 마취 유무를 확인하였다. 이후 15번 blade를 사용하여 횡단으로 2.5㎝ 절개선을 넣었다. 이후 CO2 하니 매화 레이저(surgical mode/ultra pulse/on time 1000㎲, frequency 100㎐)를 사용하여 출혈을 최소화 하면서 절개하였다. 절개 후 병변 부 관찰 시 지방질의 부산물 및 낭종이 관찰되어 폐쇄형 표피낭종으로 최종 진단 한 후 부산물 압출 후 낭종벽을 완전히 제거하였다(Fig. 5.A, B).
완전 제거 후 세척, 소염 작용을 위하여 황련해독탕 약침액(자생원외탕전) 2㎖를 생리식염수 20㎖와 혼합하여 제거 부위에 도포한 후 단순 봉합(non-absorbable blue nylon 4-0)을 시행하였다(Fig. 6.A). 수술 후 소염, 항염증 작용을 위하여 連翹敗毒散(단미엑스산혼합제 주)한국신약) 1포(2.91g)를 하루 3번, 식후 30분에 7일간 투약하였다. 1월 9일, 1월 13일 외래에 내원하여 경과 관찰 및 simple dressing을 시행하였고, 1월 21일 피부접합 확인 후 봉합사를 제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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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경과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마취는 지속되었다. 낭종을 완전히 제거하였으며 봉합 후 수술 부위에 출혈, 통증, 염증반응과 같은 이상 반응은 발견되지 않았다. 피부 접합 확인 후 봉합사를 제거하였고, 외래 재내원시에도 상기 이상 반응은 없었다.(Fig. 6.B,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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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고찰 및 결론
표피낭종(epidermal cyst)은 표피 세포가 진피 내에서 증식하면서 keratin을 형성하고 표피로 둘러싸인 각질 안에 부산물이 함유된 낭성 구조물이다. 대부분 1-5㎝의 크기로 반구형 돌출물을 만들며, 촉진 시 하부조직 으로부터 유동성이 있으며 부드럽다. 표피낭종의 중심부에는 면포와 같은 개구부가 있는 경우도 있으나 관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낭종을 압박하거나 절개하면 악취가 나는 치즈모양의 지방질과 각질이 배출된다1,2). 표피낭종의 가장 좋은 치료는 피부를 절개한 후 낭벽을 포함하여 완전 제거하는 것이다3).
표피낭종은 脂瘤에 해당되며12), 《景嶽全書·外科鈴·瘤贅》에서는 “腠理에 津沫이 쌓이고 흩어지지 않아 瘤를 형성한다. 瘤를 柳葉鍼로 잘랐더니 흰 두부 껍질 같은 것이 나오고, 潰하면서 물고기부레 같은 주머니 한 개가 나온 후에 瘡口가 수렴되며 완전히 나았다.”고 하였고13), 《醫宗金鑑·外科心法要訣》에서는 “脂瘤는 痰氣凝結로 인하여 발생한다. 鈹鍼으로 터트려 脂粉를 제거하면 낫는다”고 하였다14). 《東醫寶鑑》에서 “脂瘤는 痰이 뭉친 것이며, 鍼을 사용하여 脂瘤을 완전히 제거하면 낫는다.”고 하여5) 脂瘤의 원인과 그 치료법을 제시하였다.
섬수 약침은 두꺼비과 동물인 中華大蟾酥(Bufo bufo gargarizns Cantor) 또는 黑眶蟾酥(B. melanostictus Schneider)등의 이하선 및 피부 샘에서 분비되는 백색 장액을 가공한 것으로, 섬수의 성분 중 bufalin의 마취 작용이 가장 강하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각종 수술에 섬수가 사용되고 있다10). 이 등의 논문11)에서 섬수 약침을 피하에 주입하였을 때 국소 마취 효과가 있었으며 수술이 끝날 때까지 마취가 유지되었고 이상 반응이 없었다. 본 증례에서는 섬수 약침을 병변 주변으로 4곳의 주입 점을 선정하여 주입하는 부위 차단 마취15)를 시행하였고, 국소 마취 효과가 있었으며, 이상 반응은 없었다.
黃連解毒湯 약침은 황련, 황금, 황백, 치자에서 추출한 것으로 《方藥合編》에 ‘瀉火解毒의 효능으로, 三焦의 熱毒으로 인한 질환, 外科의 癰腫疔毒 질환을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16). 본 증례에서는 항생제 대신 수술 부위 세척을 위하여 적용하였다.
수술 시 사용된 CO2 하니 매화 레이저는 고출력 레이저로 외과용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한의 외치법의 한 종류인 烙法의 원리와 동일하다17). 烙法은 火針과 烙器를 불에 가열하여 강한 열에너지를 병변부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中醫外科學》에서는 “粗針 …… 它借灼烙的作用 代替切開法 幷有防止手術出血之功”이라 하여 火針烙法의 절개 및 지혈 효과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18).
본 증례에서 섬수약침을 이용한 마취 후, CO2 하니 매화 레이저(surgical mode/ultra pulse/on time 1000㎲, frequency 100㎐)를 사용하여 출혈을 최소화 하면서 낭종의 상부 피막 부위까지 절개하였다. 절개 후 adson forcep과 iris scissors를 사용하여 낭종을 분리 후 제거하였다(Fig. 2, 5).
표피낭종은 병변의 중심에 있는 개구부를 통해 낭종 안에 쌓여있는 지방질과 각질 등의 부산물이 배출되는 개방형, 개구부위가 관찰되지 않는 폐쇄형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폐쇄형의 경우 외관상으로 지방종 등의 다른 양성 종양과 감별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사례 1은 표피낭종의 개방형(Fig. 1), 사례 2는 폐쇄형(Fig. 4)으로, 개구부가 있는 개방형의 경우 진단이 임상적 관찰로 용이하였지만, 개구부가 관찰되지 않는 폐쇄형인 경우 수술 전 지방종 등의 연부조직 종양과 감별이 어려웠다. 표피낭종은 완전히 낭종벽을 제거해야 재발되지 않으며, 낭종벽을 터트리지 않고 제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례 2에서 육안적 관찰만으로 폐쇄형 표피낭종과 지방종을 감별 진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절개 깊이를 낭종벽 상방보다 깊게 넣어 낭종벽이 터져 수술이 지연되는 아쉬움이 있었다. 따라서 폐쇄형 표피낭종과 다른 연부조직종양을 감별하고 절개 깊이를 확인하는 등 원활한 수술을 위하여 초음파 등의 영상 의학적 검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초음파 검사는 다른 영상검사에 비하여 비용적인 면에서 우수하며, 비침습적이므로 편리하고 안전하게 연부조직종양의 크기 및 특성을 파악하여 진단에 용이하다. 전 등의 논문19)에서는 표피낭종은 임상소견 및 육안 관찰만으로 피부의 다른 양성 종양과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수술 및 조직검사 시행 전에 초음파 검사를 통하여 정확한 표피낭종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표피낭종 제거 및 수술 부위 봉합 후 병변 부위 감염 예방을 위하여 사례1 환자에게는 銀翹散, 사례2 환자에게는 連翹敗毒散을 7일간 투약하였다(Fig. 3, 6). 銀翹散은 《溫病條辨》에서, 連翹敗毒散은 《古今醫監》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며, 두 처방은 淸熱解毒 작용이 있어 항염증 효과가 보고된 대표적인 처방이다16,20). 본 증례에서 항생제, 소염 진통제를 대체하여 소염, 항염증의 효과가 있는 銀翹散, 連翹敗毒散을 수술 후 투약하였고 감염, 통증, 출혈, 혈종, 이차감염 등의 합병증 및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銀翹散, 連翹敗毒散과 같은 소염, 항염증 효과를 가진 한약을 투약함으로서 수술 이후의 감염의 우려를 낮출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두 가지 유형(개방형, 폐쇄형)의 표피낭종을 모두 섬수 약침을 이용해 국소 마취 후 수술적으로 제거하였고, 항염증 작용을 가진 약물을 투약하여 감염의 위험성을 방지하였다. 표피낭종의 외과적 치료 방법에 있어서 현대 의료기기 활용 외에 과거와 방법적인 면의 차이는 없으며, 효과는 동일하였고, 수술 후 외래를 통한 관찰 시에 부작용은 없었으며, 재발도 일어나지 않았다. 본 증례 이전에 한의학계에 근대 이후에 한의사가 외과적 수술을 시행한 증례 보고는 1건11)으로 과거 문헌을 살펴보면 이전에 한의사가 외과적 수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5,9,13,14), 현재는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 증례를 통해 향후 한의사의 외과 수술이 시행되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본 증례에서 폐쇄형 표피낭종의 경우 임상적 관찰만으로는 수술 전 정확한 감별진단을 하지 못하고 절개깊이를 확인 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본 증례는 정확한 진단 및 원활한 수술을 위하여 한의사의 초음파 등의 의료기기 사용이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