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oma Virus, HPV)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과각화성 피부 질환이다. 사마귀는 주로 손, 발, 안면부 등 표피나 점막 표면 어디에나 관찰되며, 성 접촉을 통해 성기에 발생하기도 한다. 임상에서 발생 부위나 형태 등에 따라 심상성 사마귀(Verruca vulgaris, Common wart), 편평 사마귀(Verruca plana), 첨형 콘딜로마(Condylomaoa acuminata) 등으로 분류한다1). 심상성 사마귀는 표면에 다양한 구진이나 결절, 판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주로 HPV 2, 4, 27, 29형 감염에 의해 생기는 특징이 있다2,3).
사마귀의 양방적인 치료 접근으로는 냉동요법, 레이저 요법, 전기소작법, 각질 용해제 도포 등이 있고, 최근에는 bleomycin이나 interferon 주입, 고용량 Cimetidine 치료 등 세포성 면역 체계와 관련된 치료법이 활발하다4,5). 하지만 양방 치료의 부작용으로는 통증과 발적, 감염, 흉터, 출혈 등으로 다양하며 손발톱 주변부 사마귀의 경우 레이노 현상이나 조갑 변형, 조갑 골 괴사 등의 부작용이 있다6,7).
사마귀는 한의학에서 ‘疣目’, ‘千日瘡’, ‘疣’, ‘疣瘡’, ‘疣目瘡’, ‘枯筋箭’, ‘扁瘊’ 등의 범주로 보고 있으며 과거 문헌에서는 외치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8). 《東醫寶鑑·外形篇·卷三·皮》에서는 사마귀 치료에 爐灰膏를 이용하였고9), 明代 陳實功의 《外科正宗⋅卷之四⋅雜瘡毒門 頑癬第七十六》 에서는 완선 치료에 유황, 생반, 천초, 식초 등을 이용하는 등10) 자극성 물질을 이용하는 등 과각화된 병변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예로부터 사용되었다.
국내에서 이11), 문12), 정13) 등이 심상성 사마귀 환자의 치험례를 발표하였고, 김14)등 은 麻杏薏甘湯 복용을 통해 족저 사마귀에 유효한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본 증례의 경우 7세 남자 환자로 손톱 주변의 심상성 사마귀로 Local 피부과에서 1년간 냉동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본원에 내원한 환자다. 초반 15일 동안은 行氣香蘇散 加味方을 투여하였으나 호전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앞서 김14)등에서도 사용된 麻杏薏甘湯으로 투약하여 호전되는 중에 각질 외용제인 TCA를 병행하여 뚜렷한 효과를 얻었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Ⅱ. 연구대상 및 방법
동신대학교 부속 목포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 2019년 8월 12일부터 2019년 11월 9일까지 손톱 주위의 심상성 사마귀로 외래 치료를 받은 1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Herb name | Botanical name | Dose(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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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hwang(麻黃) | Ephedrae Herba | 20 |
Haengin(杏仁) | Armeniacae Semen | 10 |
Uiiin(薏苡仁) | Coicis Semen | 6 |
Gamcho(甘草) | Glycyrrhizae Radix et Rhizoma | 4 |
Ⅲ. 증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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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 서OO (M/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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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일 : 2018년 8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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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기간 : 2019년 8월 12일 - 2019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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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증 : 심상성 사마귀(우측 2지, 3지 조갑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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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력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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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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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력
2018년 8월 발생한 후 Local 피부과에서 “사마귀”라는 소견 들은 후 냉동요법 3차례 시행 후에도 병변이 오히려 확대되는 등 호전 반응이 없어 2019년 8월 12일 본원에 내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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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聞問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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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경과
본 환자는 2018년 8월경 우측 2지, 3지 조갑 주변에 심상성 사마귀가 발생하여 내원한 환자로 Local 피부과에서 냉동요법을 3차례 시행했으나 병변 부위가 확대되었다. 마른 체형에 더위를 타나 땀이 많이 나는 편은 아니고 소화력은 괜찮으나 식욕이 다소 저하된 경향을 보였다. 병변 부위를 육안으로 관찰하였고, 압진 시 통증 등의 특이 사항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 기간 중 총 5차례 본원 외래에 내원하여 경과를 관찰하였고, 내원 시 병변 크기와 특이 사항은 다음과 같다(Fig. 1-4).
Ⅳ. 고찰 및 결론
사마귀는 HPV에 의해 손, 발, 안면부와 성기 등 노출 부위에 과각화성 피부 질환이다. 임상 양상은 병변의 위치나 바이러스형에 따라 결정된다. 심상성 사마귀는 표면이 거친 모양의 각질성 구진으로 나타나며 편평 사마귀는 표면이 1-3㎜로 편평해 보이고 HPV 3, 10, 28, 49형과 관련 있다1,2). 주로 면역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5-20세 소아 청소년한테 흔하며 몇 년 내에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경우가 있으나 파괴적인 치료 후 동통과 반흔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4). 이외에 손이나 발바닥에 생기는 수장, 족저 사마귀, 성기나 항문 주위로 군집 형태를 이루며 HPV 6, 11형과 관련 있는 첨형 콘딜로마 등이 있다3).
사마귀의 양방의학적 치료는 감염된 조직을 분리하는 파괴적인 방법을 우선으로 하며 액화 질소 냉동요법, 레이저요법, 전기 소작법, 수술적 절제, 화학적 소작술 등이 이에 해당된다4). 최근에는 항종양제 일종인 bleomycin을 주입하거나 고용량 Cimetidine을 이용해 억제 T세포(Suppressor T cell)를 억제하고 IL-2 및 IFN-γ 활성을 증가시키시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15).
냉동요법은 가장 흔한 치료법이지만 부작용으로 동통, 수포, 반흔, 색소 침착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조갑 주위에 깊이 주입하게 되면 조갑 변형, 조갑 괴사나 레이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16). 각질 용해제를 이용하는 화학적 소작술은 점막과 생식기 병변에 제한하여 사용한다. 살리실산 요법은 환자 스스로도 처치할 수 있어 비교적 공격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첨형 콘딜로마에는 포도필린 도포가 효과적이나, 독성이 있으며 국소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17). 이외에 사용하는 국소 제제로는 TCA가 있으며 CROSS(Chemical reconstruction of skin scars) 등 여드름 흉터 치료법에 주로 쓰인다18).
과거 한의학 문헌에서도 산(酸) 성분이나 부식성 물질을 이용하여 과각화된 조직을 제거하기 치료법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현대의 화학적 박피술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10). 《東醫寶鑑 · 外形篇 · 卷三 · 皮》9)“點黑痣卽去, … 先下巴豆 末, 次下蟾酥 各二錢, 白丁香 末 五分, 炒石灰末 一錢, 攪勻 … 將患處用鍼撥開, 以藥點之, 卽效[入門]”라 하여 파두와 섬수를 사용하여 膏를 만들고 사마귀 부위에 침으로 조직에 흠집을 낸 다음 도포 하는 방법이 있으며 《外科正宗⋅ 卷之四⋅雜瘡毒門 頑癬第七十六》에서는 초기 완선의 외치법으로 유황, 생반, 천초 각각의 분말에 토대황즙을 혼합한 고(膏)를 이용하나 병기가 진행된 경우 식초를 가미해 치료하였다10). 이와 같은 한의학적 치료법에 착안하여 오10) 등은 TCA와 유황산, 황련해독탕 약침액으로 구성된 한약 복합약물을 도포 하고, 기타 복합치료를 시행하여 위축성 여드름 흉터를 개선한 연구가 있다. TCA는 비록 여드름 흉터 치료로 잘 알려진 물질이지만 과각화성 질환이 특징인 심상성 사마귀에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본 증례에서도 이를 활용하였다.
이11)등은 보통 사마귀 환자에 대해 補中益氣湯 加味方 및 봉약침, 뜸 등의 치료를 활용하여 6주 내지 28주 치료를 통해 호전을 보였다. 문12)등은 심상성 사마귀 3례에 대해 한약 치료로는 藿香正氣散 加味方을 위주로 하였고, 뜸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정13) 등은 薏苡仁 단미제를 사용하여 손발, 구순 주위 사마귀에 효능이 있음을 관찰하였다. 또한 김14)등은 麻杏薏甘湯 복용을 통해 족저 사마귀에 유효한 효과가 있음을 보고한 바 있다.
이에 심상성 사마귀에도 麻杏薏甘湯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투약 후에 병변이 호전되던 차에 TCA 도포를 사마귀 질환에 응용하면서 한방 치료의 접근을 확대하였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본 증례의 환자는 2018년 8월경 우측 2, 3지와 조갑 주변으로 심상성 사마귀가 발생하여 2019년까지 냉동 치료를 3회 시행 후에도 오히려 병변이 확대되는 등 호전되지 않아 내원한 7세 남자 환자이다. 문진 상 마른 체형에 낯을 잘 가리는 편이고 미약한 식욕부진과 기타 大便, 寒熱, 舌診, 脈診 등으로 보아 脾虛證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한의학적으로 사마귀는 風熱邪氣가 肌膚에 침입하거나 肝血이 虛하고 筋脈의 기능이 떨어지면 기혈이 뭉쳐서 생긴다고 보았고 辨證施治로는 淸熱解毒, 活血化瘀, 平肝潛鎭의 치법을 쓴다고 하였다8). 이에 환자의 변증과 사마귀의 병인인 風熱毒盛, 肝鬱痰凝에 착안하여 처음 15일 동안은 疏肝和胃, 行氣寬中, 解表化濕을 목적으로 行氣香蘇散을 활용하기로 하였고,《東醫寶鑑》9)에 나와 있는 본 처방의 가감법에 따라 健脾燥濕 효능을 위해 麻黃 대신 神麴과 檳榔을 가하고, 여기에 健脾滲濕 및 淸熱排膿의 효능이 있으면서 사마귀 질환에 다용하는 薏苡仁을 추가하여 투약했으나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후 風濕으로 인한 사마귀 질환에 다용하는 麻杏薏甘湯을 투여한 후 병변의 크기가 50%로 소실되었고, 압진 시 통증이나 기타 불편한 증상은 없었다.
麻杏薏甘湯은 《金匱要略 · 痰濕喝病門》에서 “病者一身盡疼, 發熱日所劇者, 名風濕. 此病傷於汗出當風, 或久傷飮冷所致也…”라 하여 水飮이 정체되고 表部의 혈관 운동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祛風濕表하는 효능이 있어 風濕在表로 인한 관절통과 사마귀를 비롯한 만성 습진, 백선 등에 응용된다19). 麻杏薏甘湯의 방제 구성은 麻黃, 杏仁, 薏苡仁, 甘草이다. 麻黃은 發汗散寒 解表 작용과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고, 杏仁은 化痰止咳하는 대표 약재로 항알러지 및 항염작용이 있다20). 薏苡仁은 健脾滲濕 및 淸熱排膿 이외에도 동물 실험 결과 비장의 항체 형성 NK 세포 활성 등을 증가시켜 세포성 및 체액성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21).
行氣香蘇散 加味方을 포함해 기존 치험례11-13)에서 활용되었던 補中益氣湯 加味方이나 藿香正氣散 加味方 등은 주로 祛風 化中시키는 약물군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본 환자는 發汗解表 祛風濕 효과가 활발하고 더불어 항바이러스 효능과 세포성 및 체액성 면역 증강 효과 등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麻杏薏甘湯이 더 적합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본 환자는 한약 치료로 호전을 보이던 중 TCA 도포를 2차례 시행하여 호전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한약 투약을 병행하면서 2019년 10월 1일에 1회 차 도포를 시행한 후 병변의 90% 가까이 소실되었고 이후 2019년 10월 17일에 2회 차 도포를 완료한 후 완치에 가깝게 병변이 줄었다. 사마귀 환자에 대해 직접구, 약침, 부항 등의 한방 요법도 치료에 긍정적인 결과는 다수의 증례22)에서 언급된 바가 있으나 본 환자는 과거 냉동 치료에 대한 경험 때문에 다소 통증이 수반될 수 있는 침습적인 처치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환부에 직접 침, 뜸, 약침 등의 한방 요법을 시행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덜 침습적으로 과각화성 병변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본원에 비치된 TCA 용액을 도포하게 되었다. 그 결과 병변이 빠르게 소실되었고 외래 치료 종료 후 57일째 되는 날 본원에 타 진료를 위해 내원하여 확인해본 결과 완치된 채 유지되고 있었다.
본 증례의 의의는 첫째, 심상성 사마귀 환자에 대해 麻杏薏甘湯 투여를 통해 증상이 개선되는 것을 확인하던 중 각질용해제인 TCA 도포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단기간에 유의한 호전을 보인 점이다. 둘째, 초반부터 적합한 처방을 선별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적절한 선방이 치료 호전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비교할 수 있었다. 셋째, 향후 외치법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마귀 치료에 TCA와 한약재 혼합물 등을 이용하거나 기존 침, 약침, 뜸 등과 같은 한방 요법과 접목하는 등 다양하게 응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증례가 1례에 그친 점과 한약 단독 치료만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향후 단일 치료를 매개로 하여 사마귀 질환에 대한 한약 투여의 기준은 물론 외치법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치료법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