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여드름(acne vulgaris)은 모피지선 단위에서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피지 과다분비, 모낭 각화 이상, C. acnes의 증식, 염증 반응이 상호 작용하여 발생한다1). 한의학에서 여드름은 폐肺風粉刺, 面疱, 酒刺, 痤瘡 등으로 일컬어지며, 주로 熱性瘡瘍에 속하는 질환으로 본다.
한편, 한의학 고전 문헌에서는 '인체 내부의 이상은 반드시 외부로 드러난다(有諸內必行諸外)'는 이론에 따라 얼굴을 인체의 축소판으로 간주하였다. 《黃帝內經》의 素問·風論에서는 五臟과 五色의 대응관계를 바탕으로 안면 분속을 논하였으며, 靈樞·五閱五邪에서는 五臟이 五官과 대응된다고 보았다. 특히 素問·刺熱에서는 '肝熱病者는 左頰이 먼저 붉고, 心熱病者는 顔이 먼저 붉으며, 脾熱病者는 鼻가 먼저 붉고, 肺熱病者는 右頰이 먼저 붉으며, 腎熱病者는 頤가 먼저 붉다'고 하여 이마를 心, 코는 脾, 좌측 뺨은 肝, 우측 뺨은 肺, 턱은 腎에 각각 배속시켰다(Figure 2A). 이는 각 장부의 열이 안면의 특정 부위에 반영되는 양상을 설명한 것으로, 여드름이 본질적으로 熱邪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여드름 발생 부위를 통해 병리적 장부를 추론하고 치료 근거로 활용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된다2). 이러한 안면 장부배속 이론에 근거하여 여드름의 변증 및 치료 효과를 평가하거나3-5), 여드름 발생 부위와 전신 증상을 대조하여 해석하고자 한 임상 연구들이 보고된 바 있다6).
서양의학에서도 여드름의 안면 분포와 특정 병태생리적 요인 간의 연관성을 밝히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마와 코 부위의 병변은 피지 분비 증가 및 생활 습관 요인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턱과 하악선 부위의 병변은 호르몬 변화 및 내분비적 불균형과의 관련성이 제기된 바 있다7-8).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개별 병태생리 기전에 국한되는 경향이 있으며, 부위별 병변의 체계적 해석은 제한적이다.
현재까지의 한의학계에서 여드름에 관한 연구들은 변증 유형이나, 처방 및 치료 효과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대부분으로, 부위별 여드름 발생 원인에 대해 장부배속 이론을 현대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9-11). 안면 부위별 여드름 분포를 한양방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단순히 학문적 논의를 넘어, 임상에서의 맞춤형 진단과 치료 전략 수립 뿐 아니라 환자 교육 및 예후 관리의 정밀화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부위별 여드름의 병태생리에 대한 한양방 문헌을 고찰하고, 이를 부위별로 분석하여 통합적 관점에서의 임상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II. 연구 대상 및 방법
국내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2000년 1월부터 2025년 9월 17일 사이에 발표된 문헌을 검색하였다. 안면 여드름의 부위별 발생 원인을 중심으로 다룬 문헌을 선정하였으며 한의학 문헌의 경우 안면 장부배속 또는 변증을 다루는 논문을 포함하였다. 그 외 특정한 상황 (화학물질 접촉, 마스크 착용, 직업성 요인 등)에서 발생한 여드름을 다룬 문헌은 제외하였다.
데이터베이스는 PubMed, Infrastructure(CNKI), 학술연구정보서비스(Research Information Sharing Service, RISS), 한국학술지인용색인(Korean Citation Index, KCI)를 활용하였으며, 원문 검색을 위해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를 별도로 활용하였다. 검색어는 질환 관련(‘여드름’, ‘면창’, ‘acne’, ‘acne vulgaris’ 등)과 부위 관련(‘T-zone’, ‘U-zone’, ‘forehead’, ‘nose’, ‘chin’, ‘cheek’, ‘jawline’, ‘distribution’, ‘localization’, ‘site’ 등)으로 구분하여 조합하였다. 검색 전략은 각 데이터베이스 특성에 맞게 조정하여 자료 검색을 진행하였다.
III. 결 과
상기 방법을 통해 초록 및 제목 검토, 전문 검토를 거쳐 최종 문헌을 선정하였다. 본 고찰에는 총 19편의 논문이 포함되었으며, 이 중 한의학 관련 문헌은 8편으로, 국내에서는 안면 부위별 병태생리를 직접적으로 다룬 연구가 확인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 포함된 한의학 관련 문헌은 모두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로 선정되었다(Fig. 1). 포함된 문헌들의 부위별 병태생리를 Table 1에 정리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분류 체계에 따른 통합 해석을 Table 2에 제시하였다.
| Region | Traditional-medicine pathophysiology | Western-medicine pathophysiology | Reference number |
|---|---|---|---|
| Forehead | Heart(心) Heart fire flaring upward(心火上炎) Excess heat in the blood(血熱內盛) Lung wind-heat(肺經風熱) |
T-zone* -High density of sebaceous glands -Sebum secretion and bacteria -Sebum and pH -Adolescent lesion concentration O-zone(include perioral) |
[2,4,7,8,12–19] |
| Nose | Spleen(脾) Damp-heat in spleen and stomach(脾胃濕熱) Stomach meridian(胃經) |
[2,4,5,7,8,12,15–19,31] | |
| Left cheek | Liver(肝) Lung(肺)† Liver qi stagnatio(肝氣鬱結) |
Inconsistent T/U-zone classification | [2,4,18] |
| Right cheek | Lung(肺) Lung heat(肺熱) Excess heat in stomach and large intestine(胃大腸實熱) |
[2,4,17,18, 20] | |
| Chin/Jawline | Kidney(腎) Kidney yin deficiency(腎陰虛) Liver–Kidney deficiency(肝腎不足) Chong-Ren disharmony(沖任失調) Spleen–Kidney yang deficiency(脾腎陽虛), Foot Shaoyin Kidney meridian(足少陰腎經) Foot Shaoyang Gallbladder meridian(足少陽膽經) Qi-stagnation constitution(氣鬱體質) Phlegm-damp constitution(痰濕體質) |
Representative predilection site of adult-acne Hormonal acne Female acne Menstrual cycle fluctuation Menstrual irregularity PCOS association HPA-axis related Stress effect |
[2,4,7,8,12, 13,18–25,30] |
고전적으로 이마는 心에, 코는 脾에 배속되며 다수의 문헌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되었다4,12-13). 이마 병변은 주로 心火上炎 및 血熱內盛에 따른 상부의 열성 병변으로 해석되었다. 임상적으로는 붉고 단단한 구진이 다수 발생하고, 불면, 심번, 스트레스 등이 동반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마 병변 환자의 대부분이 心熱로 변증되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정서적 긴장이나 불면과의 연관성이 일관되게 관찰되었다4,12).
코 부위는 주로 脾胃濕熱의 병리로 설명된다4,12). 피지 분비 증가(피부 유분 과다), 구진, 농포성 병변이 특징적으로 나타났으며, 기름진 음식 섭취, 소화기 기능 저하 등과 연관된 내부 濕熱 축적이 얼굴 중앙으로 발현된 결과로 해석되었다4,5,12). 일부 연구2)에서는 胃經의 순행 경로를 근거로 코와 입을 모두 비위에 배속시키며 비위의 열이 항진될 경우 입 주위에 홍조, 구창, 건조 등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한편, 이마와 코 부위의 병리는 연령과 시기에 따라 상이한 양상을 보였다12,19). 사춘기 이전에는 肺經風熱證이 주된 병리로, 風熱이 피부의 모공을 폐색시켜 열이 울체됨에 따라 이마를 중심으로 면포 및 구진형 병변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사춘기에는 脾胃濕熱證이 주된 병리로 코를 중심으로 입, 중앙 볼에 농포 및 결절형 병변이 흔하게 관찰되었다12).
성인 여드름(late-onset acne) 235명을 대상으로 한 단면 연구14) 에서는 濕熱證 환자군의 염증성 구진과 농포가 주로 T-zone(이마, 코, 볼)에 분포하였으나, 코 부위의 병변 빈도는 가장 낮았다. 이는 성인형 여드름에서 脾胃濕熱의 영향이 감소하고, 정서적 긴장이나 상초의 열성 요인이 이마 병변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대적으로 이마와 코 부위는 T-zone으로 통합되 어, 주로 피지 분비와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T-zone은 피지선 밀도가 높아 피지 분비량이 많고, 피지의 조성 변화가 염증 반응 및 세균 증식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5-16). 또한 다른 피부 부위에 비해 pH가 낮아, 피지 분비가 증가할수록 세균의 성장과 대사 활동이 활발해지는 경향이 관찰되었다17). 특히 사춘기에는 안드로겐 분비가 급증하며 피지선이 과도하게 자극되어, 피지선 밀도가 높은 T-zone을 중심으로 병변이 집중되는 양상이 확인되 었다7,17). 부위별 발생률에 대해서는 T-zone 내 개별 부위를 대상으로 한 역학적 보고가 있었으나, 이러한 차이에 대한 병태생리적 분석이나 해석은 제시되지 않았다7-8,17).
볼은 한의학 문헌에서 가장 다양한 장부배속이 제시된 부위다. 고전적으로 좌측 볼은 肝에, 우측 볼은 肺에 배속된다. 좌측 볼의 병변은 肝鬱化火로 인해 암 홍색 결절과 농종이 나타나며 정서적 요인에 의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우측 볼의 병변은 肺熱로 인한 적색 구진과 농포가 나타나며 가려움 및 통증이 동반된다고 설명되었다4). 일부 문헌2)에서는 肺主皮毛 이론과 병변의 대칭적 분포를 근거로 양 볼을 모두 폐에 배속하였으며, 陽明經의 순행 경로에 따라 양 볼의 병변을 胃大腸實熱로 해석하기도 하였다2,18). 이 경우 자홍색 구진, 과다한 피지 분비, 구갈, 구취, 변비 등이 나타나고 내열성 체질과의 연관성이 제시되었다. 한편, 성인 여드름(late-onset acne)에 양 볼과 이마를 상면부로 간주하고 이를 肝肺에 배속하여, 肝鬱로 인한 肺氣의 宣降失調로 병리를 해석한 견해도 있었다19).
현대 연구에서도 볼 부위의 분류는 문헌마다 일관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볼의 중앙부는 T-zone에, 하악선에 인접한 부위는 U-zone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명확한 구분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볼을 관골부에 포함하였으며17), 코와 볼을 함께 T-zone으로 분류하거나7), 양 볼 전체를 U-zone으로 간주한 연구도 보고되었다20). 이처럼 볼은 피지분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U-zone에 포함되어 주로 대조군 부위로 활용되거나 전안면 분석의 일부로만 언급되며 주요 병태의 중심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7,17,20).
턱은 고전적으로 신에 배속되며4), 일부 문헌에서는 足少陰腎經의 순행 경로에 따라 턱 중앙 및 하악선을 신에, 足少陽膽經의 순행 경로에 따라 하악각에서 귀 앞까지의 측면 부위를 肝膽 구역에 배속하였다2,20). 특히 본 고찰에 포함된 성인 여드름 문헌들에서 턱과 하악 부위 병변의 분포가 일관되게 높았으며, 여성과의 연관성이 높게 보고되었다13-14,21).
턱 및 하악선의 병변은 腎陰虛와 肝腎不足을 핵심 병리로 해석되었다4,12,22). 腎陰虛와 관련된 여드름은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며, 피로와 내분비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제시되었다. 사춘기 이후 성인 여성에서는 턱과 하악을 따라 가로로 분포하는 肝腎不足형 재발성 여드름이 특징적으로 관찰되었으며, 이는 호르몬 불균형 및 월경 주기 변화 등과 연관되어 해석되었다. 沖任失調證은 여성의 성인 여드름(late-onset acne and persistent acne)에서 가장 흔한 변증 유형으로 보고되었다13-14,22). 병변은 주로 턱, 하악, 입 주위에 집중되고 월경 전후로 악화되며, 월경불순, 소복창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었다. 이는 여성의 沖任脈의 실조와 陰血의 점진적 소모로 인한 虛熱上炎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 외 정서적 요인과의 연관성도 관찰되었다. 대학생 여드름 환자 306명을 대상으로 한 단면 연구21)에서는 우울 정도가 심할수록 턱 부위 발병률이 유의하게 증가하였으며, 턱 부위는 氣鬱體質과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이는 정서적 긴장과 내분비 실조로 인한 신기능 저하가 여드름 발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성인 여드름(late-onset acne)에 코 아래를 하면부로 간주하고 脾腎에 배속하여, 이 부위에 붉고 깊은 구진과 결절이 나타나며 피로감, 수족냉증, 식욕 저하, 변비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양상을 脾腎陽虛의 병리로 해석하기도 하였다19). 또한 濕의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과 痰濕體質의 특성이 결합되어 하악부에 병변이 잘 생긴다는 보고도 있었다21).
현대 연구에서도 턱과 하악선 부위는 여성의 성인 여드름의 대표적 호발 부위로 보고되었다7). 이는 월경 주기와 관련된 에스트로겐-안드로겐 불균형 및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에서 관찰되는 고안드로겐 상태와 관련된 것으로 해석되며, 안드로겐에 의한 피지선 자극과 모낭 내 각질화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고 보고되었다23-24). 스트레스 또한 주요한 병인으로,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HPA axis)을 통해 안드로겐 분비를 증가시키며, 월경 주기 호르몬 변동과 결합하여 여성의 내분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8). 한편, 대규모 관찰연구에서는 성인 여성 여드름이 하악부에 국한되지 않고 얼굴 전반에 분포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하악부 병변 환자에서 항안드로겐제 처방률이 높게 보고되었고 스트레스 수준 또한 다른 부위보다 높게 나타나, 호르몬 및 스트레스 관련 내분비 병리가 여전히 주요한 기전으로 제시되었다25).
IV. 고 찰
본 연구는 한양방 문헌 고찰을 통해 안면 부위별 여드름의 발생 원인을 통합적으로 비교 분석하고자 하였다. 포함된 한의학 문헌은 대부분 素問·刺熱의 5구 분구법을 이론적 근거로 제시하였으나, 실제 임상 분석에서는 연구자마다 부위 분류를 다르게 적용하여 일관성이 부족하였다.
특히 볼 부위는 상, 중, 하안면의 경계에 위치하여 장부 간 기능이 교차하는 부위로, 한의학에서도 肝, 肺, 脾胃, 大腸 등 다양한 장부로 해석하였다2,4,18). 이러한 차이는 해부학적으로 볼이 피지선 분포, 혈류, 내분비 반응 등의 생리적 특성이 상하부 모두의 영향을 받는 교차 영역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대에서도 T-zone과 U-zone의 정의가 연구마다 다르게 적용되어 직접적인 비교에 어려움이 있었다7,17,20). 이에 본 연구에서는 상하부의 기능적 연속성과 한양방 병리적 교차점을 고려하여 안면을 상부구역(Zone A: 이마 및 상부 볼, 心肺), 중앙구역(Zone B: 코·입 및 중부 볼, 脾胃), 하부구역(Zone C: 턱·하악선 및 하부 볼, 肝腎) 세 구역으로 재분류하여 고찰하고자 하였다(Fig. 2B, Table 2).
본 고찰 결과, 이마와 코는 동일한 T-zone으로 분류되나 서로 다른 병인 축이 작동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히 피지선 밀도의 차이가 아니라, 두 부위에 작용하는 병리적 축의 본질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心火로 인해 이마 병변이 발생한다고 보았으며4,14,22), 이는 현대적으로 스트레스 반응 기전26)과 일정 부분 상응한다. 스트레스는 HPA 축을 활성화하여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호르몬들은 피지선을 직접 자극하여 피지 분비를 촉진하고, 각질형성세포에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유도하여 염증 반응을 강화한다26,27). 또한 이마 부위의 풍부한 혈관 분포가 심혈관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은 心火 개념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러한 연관성은 개념적 수준에 머무르며, 이마 병변과 특정 병태생리 기전 간의 직접적 연결에 대한 근거는 현재로서 제한적이다.
한편, 이마 병변은 연령에 따라 주된 병리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청소년기에는 肺를 중심으로 한 병리가 우세하며, 이는 정서적 요인보다는 피지선의 미성숙과 외부 자극에 대한 감수성 증가라는 생리적 특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호르몬 변화기에 모낭 피지선 단위가 외부 자극과 염증 반응에 취약해지면서 風熱이 상초로 침입하여 병변이 집중되는 양상으로 연관지을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개념적인 연관성에 그친다4,12,28). 한편, 앞선 연구 결과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하면서 병변이 하부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므로 성인기에 관찰되는 이마 부위 여드름은 이와는 다른 병리로 해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7-8,12,14).
일부 문헌에서는 양 볼을 肺에 배속하거나, 이마 뿐 아니라 상부 볼까지 肝과 肺에 연계하여 해석하고 있어, 이마 병변이 단일 부위의 문제가 아니라 상부 안면 전반의 상초열 반응 영역임을 뒷받침한다2,1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마와 상부 볼을 상부구역(Zone A)으로 분류하고 心肺에 배속하였다. 또한 연령에 따라 청소년기에는 肺經風熱에 의한 외부 자극 반응이, 성인기에는 心火上炎에 의한 정서적 스트레스 반응이 주된 기전으로 작용할 것으로 해석하였다. 임상적으로 이 부위의 여드름은 청소년기에는 면역력 저하 및 호흡기 감염과 같은 폐 기능 관련 문제를, 성인기에는 정서적 긴장, 수면 부족,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 요인을 중점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코 부위는 한양방 모두 비교적 일관된 해석이 제시된 영역이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코를 脾에 배속하고, 소화기 기능 저하나 기름진 음식 섭취로 인한 脾胃濕熱이 피지 과다 분비로 인한 농포성 병변을 유발한다고 설명하였다4,5). 일부 연구에서는 코와 입을 모두 脾胃에 배속하였으며 2,12), 양 볼 중앙부를 胃大腸實熱과 관련지어 해석하기도 하였다18). 이는 코-입-중앙 볼을 하나의 脾胃 축으로 재편성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코는 T-zone 중 피지 분비가 가장 활발한 부위로, 고지방 및 고당지수 식이는 IGF-1 및 인슐린 수치를 증가시켜 피지 분비와 병변 악화에 기여하며, 이는 濕熱 개념과 일정 부분 상응한다8,15). 또한 코와 위장관의 연관성은 여드름 외 질환에서도 확인된다. 코 부위의 염증이 특징적인 주사피부염은 H. pylori 감염 등 위장관 이상과의 관련성이 보고되었으며29), 피지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지루피부염 또한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이 위장관-피부 축(gut-skin axis)를 통해 피부 염증과 피지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0). 그 외 일부 연구31)에서는 코와 입 주변의 여드름 발생 부위를 독립적인 O-zone으로 정의하고, 호르몬 요인 외에도 구강 주위의 습도, 근육 움직임, 생활습관적 자극 등의 기여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코를 중심으로 입, 중부 볼을 중앙구역(Zone B)으로 분류하고 脾胃에 배속하였다. 이 부위의 여드름은 脾胃와 陽明經의 濕熱 병리로 해석되며, 임상적으로 소화기 기능 저하, 장내 환경 불균형, 식이 습관 등을 함께 평가해볼 수 있다.
턱과 하악선은 한양방 모두에서 성인기 이후 병변이 집중되는 대표적 부위로, 상중부 안면과는 상이한 병리 축이 작동한다. 특히 하부구역은 노화-호르몬, 생식-월경, 정서-스트레스라는 세 축이 복합 작용하여 단일 장부나 단일 기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가진다. 한의학적으로는 腎, 肝, 沖任脈의 상호작용이, 현대적으로는 호르몬 및 스트레스-내분비 축의 복합 작용이 주요 기전으로 해석된다.
노화와 관련된 신 기능 저하는 하부 안면 병변의 중요한 병리 축으로 작용한다. 한의학에서 신은 생식, 호르몬, 노화를 주관하며, 腎精虛와 陰虛는 중장년기에 흔히 관찰되는 병리로 언급된다13-14). 턱과 하악 부위는 태아기부터 안드로겐에 민감한 조직으로 발달하며, 성인기에도 수용체 과민성과 5α-환원효소(5α-reductase) 활성이 지속된다고 보고되었다23-24,32-33). 한편 성인 여성 여드름 환자의 혈청 안드로겐 수치가 대부분 정상 범위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8). 이는 절대적 호르몬 농도보다 말초 조직의 수용체 과민성이 핵심 기전임을 시사한다. 이는 腎陰虛 개념, 즉 음액 부족 상태에서 동일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虛熱 병태로 해석해 볼 수 있다. 沖任失調와 腎陰虛는 각각 생식과 노화라는 다른 측면을 반영하나, 병리적으로는 모두 肝腎不足이라는 공통 기반을 공유한다.
한편, 여성은 월경 주기 및 폐경기마다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겪어 하악 부위의 안드로겐 반응성이 증가하는 반면,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점진적으로 감소하여 해당 부위 병변의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나타난다34). 즉, 남성 역시 腎虛로 이행하지만, 호르몬 변화 양상이 달라 성별에 따른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서적 요인은 하악 부위 병변의 병리 축을 강화하는 중요한 조절 기전으로 작용한다. 한양방 문헌 모두에서 스트레스와 우울 등 정서적 요인이 턱 주변 여드름의 주요 악화 요인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肝氣鬱結이 沖任脈에 영향을 미치고 신정을 소모시키는 병리 경로를 시사한다. 상안면이 심번, 불면 등 급성 스트레스 반응에 따라 實熱 병리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하악 부위는 만성적 정서 긴장과 우울 상태에서 腎陰虛의 취약성이 심화되어 虛證 기반의 병태가 형성되는 특징을 보인다21-22). 이러한 차이는 임상적으로도 반영되어, 상안면 병변은 급성 염증성 구진으로, 하안면 병변은 만성 재발성 낭종성 병변 및 잔여 색소 침착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2,12).
기존 여드름 변증 연구9-10)에서는 沖任不調型 과 痰瘀型이 일부 중첩되는 양상이 관찰되었으며, 지연형 여드름에서 血瘀 또는 痰凝型이 두 번째로 빈번하게 보고되어 肝의 병리와 瘀血 병리의 관련성을 시사하였다14). 그러나 본 연구에 포함된 문헌들에서 하악 부위에 대한 瘀血 병리와의 명확한 연관성은 제한적이었다. 肝鬱에 따른 氣機不暢이 痰瘀형성에 기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전반적으로 하악 부위 병변은 瘀血 중심의 實證보다는 만성 虛證 기반 병리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이상의 세 축은 표면적으로 노화, 생식, 정서라는 서로 다른 측면을 반영하나, 병리적으로는 모두 肝腎不足이라는 공통 병리를 공유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턱과 하악선, 하부 볼을 하부구역(Zone C)으로 분류하고 肝腎 및 沖任脈에 배속하였다. 이 부위의 여드름은 만성적인 虛證 병리로 해석되며, 임상적으로 연령 및 성별에 따라 주된 병리 축을 감별할 수 있다. 고령층에서는 피로, 수족냉증 등 노화-호르몬 축을, 25-40대 가임기 여성에서는 월경 주기 및 생식 및 내분비 상태를, 만성 우울이나 스트레스가 동반되는 경우 정서적 요인을 함께 평가해볼 수 있다. 한편, 기존 한의학에서는 하악 측면부 및 볼은 肝의 병리를, 턱 하부로 내려갈수록 腎의 병리를 보다 반영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하부구역 내에서도 하부로 갈수록 虛證 및 虛熱 양상이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고려해볼 수 있다2,4,14,21-23).
본 연구는 안면 부위별 여드름의 병태생리에 대해 안면 장부배속 이론과 현대적 기전을 비교 고찰하고, 이를 통합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임상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부위별로 한양방 관점 간 교차점이 확인되었으나 그 연관성의 정도는 상이하였다. 턱 및 하악선은 높은 교차점을 보인 반면, 볼은 명확한 연관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부위별 연관성의 차이와 기존 분류 체계의 이질성을 고려하여 상부구역, 중앙구역, 하부구역으로 나누어 새로운 분석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다만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갖는다. 스크리닝 과정에서 한방 관련 문헌이 모두 중국에서 발표된 연구로 선정되어, 국내 한의학적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였고 포함된 연구들이 주로 증례 보고나 관찰 연구 수준에 머물러 근거의 질 측면에서도 제한이 있었다. 또한 연구 범위를 부위별 해석에 두었기 때문에, 단순 임상 보고나 복합적 분석 속에서 부위가 언급된 사례가 일부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기존의 한양방 병리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해석 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이러한 결과는 부위별 여드름 양상을 전신적 요인과 연계하여 해석하고, 개별화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향후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이를 바탕으로 진단 및 치료 전략을 보완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