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은피증(argyria)은 은 또는 은 화합물이 체내에 장기간 축적되어 피부와 점막에 청회색 변색을 일으키는 드문 질환이다1,2). 피부에 침착된 은은 미세하고 둥근 갈색-검은색 과립 형태로 나타나며3), 주로 진피의 땀샘, 모낭, 혈관벽, 신경 주위에 침착된다2,3). 자외선 노출 시 침착된 은은 황화은(silver sulfide) 또는 셀레늄화은(silver selenide)로 변환되어 변색이 심화된다3,4). 은 함유 약제 사용이 줄어들면서 발생은 감소하였으나, 현재에도 콜로이드 은(colloidal silver) 복용2,5), 은 코팅 제품 섭취1), 직업적 은 노출6) 등으로 전신성 은피증이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은의 체내 축적은 비가역적이어서 약물치료만으로는 개선이 어렵다. 화학 박피, 냉동치료나 전기소작술 등이 시도되었으나 심한 흉터와 색소 이상을 초래하는 한계가 있었다7). 이후 Q-switched Nd:YAG (1064 ㎚, 532 ㎚), Ruby(694 ㎚), Alexandrite(755 ㎚) 등 다양한 파장의 레이저가 도입되면서, 광선을 열에너지로 전환하여 이를 이용하는 선택적 광열 분해 원리에 기반한 색소 제거가 가능해졌고, 문신 제거 등에서 표준적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였다7,8). 특히 1064 ㎚ 파장은 타 파장에 비해 멜라닌 흡수도가 낮아 표피 및 모낭 손상을 최소화하며8) 깊은 진피층까지 도달하여 땀샘 주위 및 진피 내 은 과립을 효과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9). 최근에는 더 짧은 펄스폭의 피코세컨드(picosecond) 레이저가 미세 입자 제거에 효과적임이 밝혀져, 기존 Q-switched 레이저에 반응하지 않던 국소 은피증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이 관찰되었다7,10-11). 최근에는 두 레이저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12)와 병합 활용을 시도한 보고13)도 발표되면서, Q-switched 및 피코세컨드(picosecond) 레이저가 은피증 치료의 핵심적 대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串雅内外编》에 “去面上刺青”이라 하여 문신 제거에 관한 기록이 존재하며14), 현대 한의 임상에서는 흑자, 사마귀, 표피낭종 등 다양한 피부질환에 레이저 치료가 응용되고 있다15-17). 이는 전통 술기의 원리를 현대 의료기기와 접목한 시도로, 한의 임상에서 레이저의 활용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임상 보고는 제한적이며, 다양한 근거 축적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레이저를 이용한 은피증 치료에 관한 국내 한의학 임상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이에 본 증례에서는 콜로이드 은의 장기 섭취로 발생한 전신성 은피증 환자에게 초저출력(100–200 mJ) Q-switched 1064 ㎚ Nd:YAG 레이저와 785 ㎚ 피코세컨드 785 ㎚ Nd: YAG 레이저를 병용하여 변색 개선 효과를 확인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Ⅱ. 증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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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정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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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나이 : F/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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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증 : 안면부 안면 전체 및 사지 말단부 청회색 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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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일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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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력
환자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천연 항생효과가 있는 은미네랄수의 파워;주기환’ 을 통해 은미네랄 수를을 2년간 섭취한 후 안면 부위와 사지 말단 부위의 청회색 변색이 나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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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력 : 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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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 : 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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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력 : 별무
환자는 총 6회에 걸쳐 Q-switched Nd:YAG 레이저 및 Pico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를 받았다. 시술 전 시술을 담당한 한의사가 국소마취의 필요성을 판단하여 lidocaine 25 ㎎과 prilocaine 25 ㎎이 포함된 국소 마취 크림(Emmao cream 5%, Arlico Pharma ceutical Co., Korea)을 병변 부위에 도포하고 20분간 유지하여 표면 마취를 시행한 뒤, 무균장갑 착용 후 알코올 스왑으로 시술 부위를 소독하였다. 사용된 레이저의 치료 세션별 상세 조건은 Table 1. Summary of laser interventions per session에 정리하였다.
Q-switched Nd:YAG 레이저(Q-Master PlusTM, ㈜에이엠아이아이엔씨)를 사용하여 1064 ㎚, Zoom handpiece, 10 ㎜ spot size 설정 하에 시술을 진행하였다. 초기 이마 부위에 0.8 J (5 shots 미만)를 조사하였으나,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여 흔적이 남아 중단하였다. 이후 저출력(0.1 J, 100 mJ)으로 에너지 세팅을 변경하여 안면 전체에 약 3,000 shots을 조사하였다.
동일 장비로 1064 ㎚, Zoom 10 ㎜ spot size, 0.1 J (100~150 mJ) 조건에서 토닝 모드로 약 4,000 shots을 조사하였다.
동일 장비인 Q-switched Nd:YAG 레이저(Q-Master PlusTM, ㈜에이엠아이아이엔씨)로 1064 ㎚, Zoom handpiece, 10 ㎜ spot size 설정 하에 0.1 J (100 mJ) 조건에서 1,000 shots 조사 후, 0.1 J (150 mJ) 및 0.2 J (200 mJ) 조건으로 각각 1,000 shots씩 추가하여 총 3,000 shots을 시행하였다.
장비를 Q-switched Nd:YAG 레이저(Helios IVTM, ㈜레이저옵텍)로 변경하였다. 1064 ㎚, Zoom collimator 10 ㎜, 0.3 J (235 mJ) 조건에서 500shots 조사 후, 환자의 통증 호소로 속도를 조절하며 추가 1,000 shots을 시행하여 총 1,500 shots을 조사하였다. 이어서 785 ㎚, pico Zoom collimator 7×7 ㎜, 0.1 J (49 mJ) 조건으로 약 500 shots을 T-zone 위주로 조사하였다.
4회차와 동일 장비인 Q-switched Nd:YAG 레이저(Helios IVTM, ㈜레이저옵텍)로 치료를 지속하였다. 1064 ㎚, Zoom collimator 10 ㎜, 0.3 J 조건에서 1,000 shots 조사하였다. 이어서 FR 모드에서 3.8 J 조건으로 1,000 shots(Genesis 모드)을 시행하였다. 눈 주변에는 추가적으로 토닝 레이저를 병행하였다.
4, 5회차와 동일 장비인 Q-switched Nd:YAG 레이저(Helios IVTM, ㈜레이저옵텍)로 치료를 지속하였다. 785 ㎚, Zoom handpiece 7 ㎜, 0.1J 조건으로 1,500 shots을 병변 전체적으로 조사하였다. 또한 동일 장비로 785 ㎚, Zoom handpiece 3 ㎜ 및 1 ㎜, 0.1J 조건에서 눈과 코 주변부위 위주로 500 shots 조사하였다.
시술 시 COX-2 eye shield를 착용하였다. 상안검, 비부, 하악 하부, 구레나룻 부위를 대상으로 785 ㎚, handpiece 7 ㎜, 0.1 J 조건에서 약 2,000 shots을 조사하였다.
치료 전후의 비교를 위하여, 레이저 치료 부위의 사 진은 동일한 조명, 환자 자세, 카메라 설정 및 이미지 처리 조건 하에서 촬영되었으며, 피부 진단기로는 야누스 프로(Janus® Pro Sunlike, 파이 주식회사)를 사용하였다. 치료의 효과 평가는 증상에 의한 환자의 불편감을 10점 척도인 Numeric Rating Scale(NRS)을 이용하여 평가하였고, 0점은 ‘불편함이 전혀 없음’, 10점은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불편감을 느낌’을 의미한다.
치료 경과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증상에 따른 불편감 정도를 Numerical Rating Scale (NRS, 0–10점) 기준으로 평가하였다.
첫 시술(2025년 5월 13일) 전 NRS 점수는 10점이었다. 1회 치료(5월 22일) 후 환자는 증상이 9점으로 감소하였으며, “피부가 전체적으로 맑아진 느낌”을 보고하였다. 3회 치료(6월 30일) 후 NRS는 7점으로 감소하였고, 환자는 피부가 더 맑고 깨끗해졌다고 진술하였으나, 눈·코·입 주변 병변은 여전히 잔존하였다.
장비를 Q-switched Nd:YAG 레이저(Helios IVTM, ㈜레이저옵텍)로 변경하여 785 ㎚ 파라미터를 적용한 이후(7월 11일, 4회차), NRS는 5점으로 감소하였다. 이 시점에서 환자는 눈 밑 일부 및 코 주변의 병변이 명확히 소실되었다고 보고하였다. 4회차 이후 NRS는 7점으로 낮아졌으나, 눈·코·입 주위 병변은 잔존하였다. Helios IV 785 ㎚ 레이저를 적용한 5회차 치료 후 NRS는 5점으로 감소하였고, 환자는 눈 밑 및 코 주변 병변이 명확히 소실되었다고 보고하였다.
8월 11일 시행한 추가 치료에서는 진단기 관찰 상 눈 밑과 콧잔등 부위 병변이 명확히 소실되었고, 눈꺼풀 및 눈두덩 부위만 잔존하였다. 환자의 NRS는 4점으로 평가되었다. 시술은 1064 ㎚(Zoom, 7 ㎜, 10 ㎐, 저출력, 약 1,000 shots)를 안면 전체 및 하악 부위에 조사하였으며, 이어서 785 ㎚(Zoom, 7 ㎜, 10 ㎐, 0.5 J, 1,500 shots)를 안면 전체에 시행하였다. 마지막으로 785 ㎚(Zoom, 3 ㎜ 및 1 ㎜, 총 500 shots)를 눈·코 주변 위주로 추가 조사하였다.
6회차(8월 11일) 치료 시 진단기 관찰 결과, 콧잔등 및 눈 밑 병변은 거의 소실되었으나, 눈꺼풀 및 눈두덩 부위 병변은 일부 남아 있었으며, NRS는 4점으로 평가되었다. 7회차(8월 29일) 시술 부터는 COX-2 eye shield를 착용하여 상안검을 포함하여 비부, 구레나룻 등의 부위에 레이저를 적용하였으며 그 결과 코와 안검 부위의 병변이 호전되어 NRS가 3점으로 평가되었다. 8회차(9월 15일) 시술에서는 하안검 및 입 주변부 등의 부위에 레이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환자는 안검부위 병변의 확연한 호전을 보고하였으며 NRS 역시 2점으로 평가하였다. 9회차(9월 28일) 시술은 코 옆, 인중과 같이 굴곡된 부위 병변을 중심으로 치료하였으며 증상에 대한 NRS 2점으로 시술을 마무리하였다. 탈색, 수포 및 건조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10월 2일 마지막 경과 관찰 시에도 해당 증상들은 나타나지 않았음을 확인하였다.
환자의 임상 경과는 Fig. 3. Sequential clinical photographs showing the progress of skin lesions에, NRS 변화는 Table 2. Clinical course and NRS changes after treatment에 각각 요약하였다.
Ⅲ. 고 찰
은피증은 은 화합물의 장기간 섭취나 외용에 의해 발생하는 색소성 질환으로, 피부의 청회색 변색이 특징적이다1,2). 체내 유입된 은은 혈류를 통해 전신에 분포하며, 특히 피부의 진피층 내 땀샘, 모낭, 결합조직, 혈관벽 등에서 갈색-흑색 과립 형태로 침착된다2,3). 자외선 노출은 이러한 은 화합물을 불용성 금속 은, 황화은(silver sulfide), 셀레늄화은(silver selenide)으로 환원시켜 변색을 고착화한다3,4). 은은 체내에서 안정된 결합 형태로 잔존해 자연적 배설이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변색이 장기화되고, 환자의 심리적·사회적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기존 치료는 은의 추가 침착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 중심이었다. 은 함유 물질의 사용 중단과 자외선 회피가 기본이며, 이미 형성된 변색에 대해서는 화학박피·냉동치료·전기소작술 등이 시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표피층에 국한되어 진피 깊숙이 존재하는 은 입자에는 효과가 미미했고, 조직 손상·흉터·색소 이상 등 부작용이 빈번하였다7). 이에 따라 보다 안전하면서도 진피층 침착 입자에 직접 접근 가능한 물리적 제거법이 요구되었고, 이 필요성이 곧 레이저 치료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레이저 치료는 기존의 병리적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Q-switched Nd:YAG(1064 ㎚, 532 ㎚), Ruby(694 ㎚), Alexandrite(755 ㎚) 등 다양한 파장의 레이저가 개발되며, 선택적 광열 분해(selective photothermolysis) 원리를 통해 색소 입자를 표적 파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1064 ㎚ Nd:YAG 레이저는 멜라닌 흡수도가 낮아 표피 손상을 최소화 하면서도8), 진피층 깊이 침투하여 땀샘 주위나 혈관벽 인근의 은 입자를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9). 실제로 Saager 등(2013)은 전신성 은피증 환자에서 1064 ㎚ Q-switched Nd:YAG 레이저 치료 후 피부 내 은 농도가 검출 한계 이하로 감소하고, 1년간 재발이 없음을 보고하였다19). 반면 Krase 등(2017)은 시술 후 11개월째 자외선 노출 부위에서 부분 재발을 관찰하였으며, 이는 잔존 은 입자가 자외선에 의해 황화은으로 변성된 결과로 해석하였다20). 이러한 결과는 Q-switched 레이저의 즉각적 색소 개선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자외선 차단과 잔류 입자 관리가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피코세컨드(picosecond) 레이저의 등장으로 치료 효율은 한층 향상되었다. 나노초 레이저보다 짧은 펄스폭을 가지는 피코세컨드 레이저는 강한 광음향 효과(photoacoustic effect)를 유도하여 색소 입자를 미세 단위로 분해하면서도 주변 조직의 열 손상을 최소화한다. 이 특성은 불용성 금속 화합물인 은 과립에도 유리하게 작용해, 기존 Q-switched 레이저에 반응하지 않던 국소 병변에서도 의미 있는 개선이 보고되었다18). 또한 문신 등 색소 병변 치료에서도 더 적은 시술 횟수와 낮은 에너지로 효율적 제거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제시되었다10,11).
최근에는 Q-switched와 피코세컨드 레이저를 병합한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13). 두 레이저는 파장, 펄스폭, 에너지 전달 방식이 달라 상호보완적 작용을 보인다. Q-switched 레이저는 긴 파장과 깊은 침투력으로 진피층의 큰 은 입자를 효과적으로 분해하며, 피코세컨드 레이저는 짧은 펄스폭을 통해 광음향 효과(photo-acoustic effect)를 유도하여 표층부의 미세 입자를 정밀하게 파괴한다. 이러한 병합 접근은 단일 파장 치료보다 색소 제거 효율을 높이고 재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어 점차 임상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의학에서도 색소 제거에 대한 개념은 오래전부터 존재하였다. 청대 의서 《串雅内外编》에는 “去面上刺青”이라 하여 말린 구더기를 자극한 부위에 도포해 색소를 제거하는 방법이, “取牙卿魚霜仁去面上刺青 去身臂雕青”에서는 어아경어(牙卿魚)의 서리 같은 조직을 이용해 문신을 제거하는 방법이 각각 기술되어 있다14). 이러한 기록은 전통의학에서도 색소 병변을 물리적 또는 화학적 방법으로 제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당시의 방법은 조직 손상과 흉터를 초래할 위험이 컸던 반면, 현대의 레이저는 동일한 원리를 보다 안전하고 정밀하게 재현한 기술로 평가된다. 즉, 레이저 치료는 전통 술기의 현대적 계승으로서, 한의 임상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색소 제거술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최근 보고되는 흑자, 사마귀, 표피낭종 등의 임상례15-17)는 레이저가 단순한 미용 목적을 넘어 치료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증례에서는 초저출력(100–200 mJ) Q-switched 1064 ㎚ 레이저를 반복 조사하여 깊은 진피층의 은 입자를 점진적으로 제거하고, 피코세컨드 785 ㎚ Nd: YAG 레이저를 병용해 표층의 잔류 입자를 제거하였다. 또한 7회차 및 8회차 시술 시 COX-2 eye shield를 착용하여 안구를 보호하며 상안검과 하안검의 색소 제거를 제거하였다. 그 결과 기존 고출력 Nd:YAG 치료에서 보고된 부종, 색소 이상 등의 부작용7) 없이 변색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은피증과 같이 불용성 금속 침착으로 인한 색소 병변에서도 저출력·복합 파장 접근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은의 불가역적 침착 특성으로 인해 치료가 어려운 병변에서 서로 다른 파장의 세밀한 조합을 통해 조직 손상 없이 변색을 개선하였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크다.
다만 본 연구는 단일 증례 보고이므로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으며, 시술 횟수·파장 조합·에너지 설정 등과 관련하여 최적화된 치료 전략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증례와 장기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향후 더 많은 임상 근거가 축적된다면, 본 접근은 은피증 뿐 아니라 다양한 색소성·금속성 피부질환 치료에도 적용 가능성을 가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