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사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신경으로는 동안신경, 활차신경, 외전신경의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외전신경이 그 신경 주행로가 가장 길기 때문에 마비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 외전신경 마비 시 안구의 외전이 제한되어 내사시가 발생하며, 복시, 두통, 어지럼증, 오심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1). 외전신경 마비는 특발성이 가장 흔하며, 그 외에 미세혈관성 요인, 외상, 감염, 종양, 동맥류, 두개내압 상승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2).
외전신경 마비에서 나타나는 사시 증상은 한의학 서적 중 ≪諸病源候論≫에 최초로 언급되었으며, 한의학적으로 ‘目偏視風引’, ‘風引喎斜’, ‘偏視’ 등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복시는 ‘視一爲二’, ‘神珠將反’, ‘瞳神反背’, ‘雙目通睛' 등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증례 보고들에 따르면, 외전신경 마비에 관한 최근 한의학적 치료로는 외안근 주변부 침 치료, 전침 치료, 黃連解毒湯 약침 또는 봉침 치료 등을 주로 시행하고 있다3).
양방적 치료는 일차적으로 진단 검사를 통해 종양, 감염 등 마비의 원인을 파악한 후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질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특발성 마비나 미세혈관성 요인으로 인한 마비의 경우, 단순 경과 관찰만 하거나 부신피질호르몬제와 비타민제 투여, 길항근에 대한 보툴리눔 A 독소 주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당뇨 등 외전신경 마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병행한다4).
본 증례의 환자는 좌측 특발성 외전신경 마비로 인한 내사시, 복시, 어지럼증, 오심 등 증상 발생 후 약 4주간 양방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어 본원에 내원하였다. 좌측 안구의 외전 범위 1㎜로 심한 마비 상태였으나 한약, 침 등 한의 치료를 통해 유의한 임상적 효과를 보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Ⅱ. 증 례
-
대상 : 이OO (67/M)
-
주소증 :
-
발병일 : 2024년 3월 9일
-
진단명 : Abducens Nerve Palsy (Lt.)
-
과거력 :
-
현병력 :
-
1) 2024년 3월 9일 경 특별한 계기 없이 수평 복시, 어지럼증, 오심 증상 발생함.
-
2) 2024년 3월 11일 경 Local 안과에서 안구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듣고 Brain MRI 권유 받음.
-
3) 2024년 3월 12일 경 원주의료원 Brain MRI 상 진단이 어려워 3차 병원 진료 권유 받음.
-
4) 2024년 3월 21일 경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 Brain MRI 상 뇌혈관 두 곳에 위축 소견 있으나 좌측 안구 외전 장애와는 관련 없다 진단 받았으며, 스텐트 시술 불가능한 위치로 약물 치료 시작함(아스피린정 100㎎, 타나민정). 외전 장애 증상 관련하여 부신피질호르몬제(소론도정5㎎) 처방받았고, 2024. 03.21-2024.04.15 6T/day, 2024.04.16.-2024. 04.19 4T/day 복용함.
-
5) 약물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증상 호전이 없으며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을 나타내어, 한의 치료 받기 위하여 2024년 4월 2일 상지대학교 부속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 내원함.
-
-
素證
Scott and Kraft의 연구5)에서 제시한 안구 외전 정도 평가 척도로, 안구의 외전 범위를 정상(0), 정상의 75%(-1), 정상의 50%(-2), 정상의 25%(-3), 중간선을 넘지 못함(-4)의 총 5단계로 구분하여 평가하였다.
일회용 stainless 멸균 毫鍼(세진침, 0.25×30㎜)을 사용하여 자침하였으며, 20분간 留鍼하였다. 穴位는 좌측 翳風(TE17), 太陽(EX-HN5), 攢竹(BL2), 魚腰(EX-HN4), 陽白(GB14), 絲竹空(TE23), 足三里(ST36), 太衝(LR3)과 우측 合谷(LI4), 商陽(LI1), 中渚(TE3)와 頭維(ST8), 百會(GV20) 등을 취혈하였다.
침 치료 시 좌측 太陽(EX-HN5)-絲竹空(TE23), 陽白(GB14)-攢竹(BL2)에 총 두 쌍 연결하여 전침 기기(STN-111, Stratek, 동양의료기기, 한국)를 이용하여 환자가 통증을 느끼지 않는 범위 내의 최대 전류 자극을 주었다. 전침 자극은 1㎐, continuous, intermittent로 총 20분간 시행하였다.
매 침 치료 후 黃連解毒湯 약침(기린한의원부설원외탕전실, 한국) 0.8㏄를 일회용 주사기(30gauge×13㎜, 1㎖/㏄ syringe, 정림메디칼)를 이용하여 좌측 翳風(TE17), 太陽(EX-HN5), 攢竹(BL2), 魚腰(EX-HN4), 陽白(GB14), 絲竹空(TE23)에 나누어 피하로 주입하였다.
2024년 4월 2일부터 2024년 4월 16일까지 총 15일간, 20첩 30팩(팩당 용량 120㏄)을 Bis in die(BID)로 복용하였다.
2024년 4월 2일부터 2024년 4월 4일까지 하루 1회, 아침 공복에 복용하였다.
Herbal Name | Pharmaceutical Name | Dose (g) |
---|---|---|
鹿茸 | Cervi Pantotrichum Cornu | 0.64 |
山茱萸 | Cornus officinalis | 0.64 |
當歸 | Angelicae Gigantis Radix | 0.64 |
麝香 | Muschus | 0.07 |
金箔 | Aurum | 0.01 |
蜂蜜 | Mel | 2 |
Total Amount | 4 |
-
- 측방 주시 시 좌측 안구의 최대 외전 범위는 1㎜, 우측 안구의 최대 외전 범위는 7㎜로, 좌측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
-
- 좌측 주시 시 좌안의 외전이 제한되었으나 우안의 내전 운동은 정상으로, 핵하성 좌측 외전신경 마비 소견을 보였다.
-
- 상방, 하방, 우측방 주시 시에는 양안의 안구 운동이 모두 정상이었다.
-
- 양안 모두 개안할 경우 수평 복시로 인한 어지럼증, 오심, 두통 증상으로 불편감이 심하여 좌측 안구에는 안대를 착용한 상태로 내원하였다. 안대 미착용 상태로는 보행 및 신체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으며, 5분 이상 안대 미착용 시 오심 증상 심화되었다. 또한 10m 이상 멀리 있는 물체나 움직이는 물체를 볼 때 어지럼증과 복시 증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
- 좌측 주시 시 좌측 안구의 뻐근함을 호소하였다.
-
- 신경안과적 검사상 시력, 시야, 동공반사는 정상 소견이었다.
-
- 안구 건조, 유루, 안구 통증의 증상은 없었다.
-
- 외전신경 마비 발생 이전부터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인한 시야 흐림이 있었으며, 황반변성에 의해 상이 다소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이 있었다고 하였다.
내원 시마다 동일한 장소에서 정면, 좌측, 우측 주시 시의 안구 운동 범위 변화를 관찰하였고,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안구 운동 범위가 점차 증가되었다(Fig. 1).
초진일부터 치료 종결일까지 우측 안구의 최대 외전 범위는 항상 7㎜로 측정되었다. 좌측 안구의 최대 외전 범위는 초진 시 1㎜에서 치료 종결 시 7㎜로 증가되었으며, 날짜별 변화는 Fig. 2와 같다.
4월 2일 초진 시 좌측 안구의 Scott and Kraft score는 –3으로, 정상안 외전 범위의 75%를 넘지 못하였다. 4월 24일에 –2로, 5월 30일에 –1로 호전되다가 7월 3일부터 정상 움직임을 회복하여 최종적으로 0이 되었다.
어지럼증은 처음에 비해 30% 정도 호전되었고, 오심은 안대 착용 시 소실되었으며, 안대를 미착용한 상태로 5분 이상 보행 시 미약하게 나타남. 복시, 좌측 안구 뻑뻑함은 호전 없이 유지됨.
어지럼증은 안대 착용 여부와 관계 없이 가만히 있으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함. 고개를 돌리거나 걸을 때는 어지럼증이 나타나나 움직임을 멈추면 곧바로 안정됨. 복시 증상은 동일하게 유지되었으며, 좌측 안구의 뻑뻑함은 처음의 절반 이상 호전됨.
안정 시 어지럼증, 오심 증상은 소실됨. 20분 이상 보행 시 어지럼증 악화되나, 악화 시에도 처음 증상의 절반 정도 강도로 발생함. 복시 증상은 동일하게 유지됨.
기상 직후 20분 정도는 1m 이내의 근거리 물체도 복시 없이 잘 보이나, 오후가 될수록 복시 증상이 다소 악화되는 경향을 보임. 간헐적으로 두통이 나타나며, 두통 발생 시 오심이 동반됨.
상이 하나로 맺혔다가 다시 두 개로 보이는 것을 반복함. 복시가 나타날 때에도 처음에 비해 두 상의 간격이 좁아짐. 일상생활에서의 불편감은 90% 가량 호전됨. 멀리 있는 풍경을 오래 바라보면 어지럼증이 간헐적으로 심화됨.
아침 기상 직후 복시 증상 소실되었다가 2시간 정도 지나면 다시 상이 두 개로 겹쳐 보임.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할 때 안구 통증이 나타나며, 이전에 비해 물체의 속도감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함.
Ⅲ. 고 찰
6번 뇌신경인 외전신경(Abducens nerve)은 외직근을 지배하여 안구의 외전 기능을 수행한다. 외전신경이 마비되면 환측 안구의 외전 장애와 비공동성 양안 수평 복시가 나타나며, 이와 함께 두통, 어지럼증, 오심, 안구 주변의 통증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외전신경은 신경핵이 다리뇌에 위치하고 있어 신경 주행 경로가 상대적으로 길며, 이로 인해 손상의 위험성이 높아 성인의 뇌신경 마비 중에서 가장 흔히 발생한다.
외전신경 마비는 특발성이 가장 흔하며, 그 외에 미세혈관성 요인, 외상, 감염, 종양, 동맥류, 두개내압 상승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1). 외전신경 마비의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년에 4.66명(4.66/100,000인년)이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발병률이 증가하여 남성의 경우 65-69세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6). 선행 연구4)에 따르면 외전신경 마비의 자연 경과에서 완전 회복률은 59%이었으며, 회복까지의 기간은 평균 14.6주로 보고되었다.
본 증례의 환자는 2024년 3월 9일 특별한 계기 없이 발생한 복시, 어지럼증, 오심 증상으로 양방 병원에 수차례 내원하여 검사 및 약물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을 보이지 않아 2024년 4월 2일 본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외래에 내원하였다. 본원 내원 전 타 병원에서 촬영한 Brain MRI 상 외전신경 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 종양, 동맥류 등 기질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특발성 외전신경 단독 마비로 진단받았다고 하였으며, 그에 따른 치료로 부신피질호르몬제(소론도정 5㎎) 6T/day를 총 14일간 경구 복용하였다.
본원에서는 전신 기력 저하, 面色萎黃, 脈細緩無力, 舌淡苔薄白 등을 근거로 氣虛證으로 변증하여 加味補益湯, 供辰丹을 병용 투약하였다. 加味補益湯은 補中益氣湯의 가미방으로, 胃虛下陷, 作痞不消하는 것과 氣虛, 自汗, 困倦, 無力한 諸虛證에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처방이다7). 氣虛證으로 변증된 외사시 치료에 加味補益湯을 활용한 선행 연구8)를 근거로, 益氣하여 마비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 처방을 선택하였다. 또한 《東醫寶鑑》에서 供辰丹은 “但固天元一氣 使水升火降 則五藏自和 百病不生”, “治虛勞肝損, 面無血色, 筋緩目暗”이라 하였으며, 최신 연구 결과 拱辰丹 복용 시 신경계 손상을 회복시키고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9)되었다. 따라서 외전신경의 손상 회복을 목적으로 供辰丹을 초기 3일간 병용 투여하였다.
침 치료는 기력 회복 및 외전신경 회복을 목적으로 좌측 翳風(TE17), 太陽(EX-HN5), 攢竹(BL2), 魚腰(EX-HN4), 陽白(GB14), 絲竹空(TE23), 足三里(ST36), 太衝(LR3)과 우측 合谷(LI4), 商陽(LI1), 中渚(TE3)와 頭維(ST8), 百會(GV20) 등에 자침하여 20분간 유침하였다.
전침 치료는 침 치료와 전기 치료를 결합한 침구 치료 요법으로, 통증 및 마비 질환에 사용된다10). 본 증례에서는 마비된 외안근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마비된 근육 주변 혈위인 좌측 太陽(EX-HN5)-絲竹空(TE23), 陽白(GB14)-攢竹(BL2)에 1㎐의 저빈도 전침을 시행하였다11).
약침 요법은 한의학적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경락, 혈위의 치료 작용과 약물의 약리 작용을 병용시키는 치료법이다. 본 증례의 환자에게는 黃連解毒湯 약침을 좌측 翳風(TE17), 太陽(EX-HN5), 攢竹(BL2), 魚腰(EX-HN4), 陽白(GB14), 絲竹空(TE23)에 나누어 주입하였다. 외전신경 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당뇨와 고혈압에 대한 黃連解毒湯 약침 치료 효과를 보인 선행 연구12)와, 황련이 신경 연접 가소성 강화를 통해 운동 기능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13)를 근거로 黃連解毒湯 약침을 선택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는 치료 7주 차(2024.05.16)에 복시를 제외한 모든 증상이 VAS 0으로 호전되었고, 치료 14주 차(2024.07.03)에는 복시 증상도 완전히 소실되며 VAS 0이 되었다. 이후 재발 및 증상 악화 방지를 위하여 8주간 주 1-2회 더 치료하며 증상의 경과를 관찰하였고, 2024년 8월 28일 최종적으로 치료를 종결하였다.
처음 증상이 발생한 후 약 4주간 양방 치료를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호전이 전혀 없던 환자에게 한의 치료를 시행하며 급격한 호전이 있었고, 평균적인 치료 기간에 비해 주소증 및 동반 증상의 호전이 더 빠르게 나타났다는 점, 그리고 전체 치료 기간 동안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본 환자에게 시행한 한의 치료가 유의하였다고 사료된다.
외전신경 마비에 대한 지금까지의 증례 보고들을 살펴보면, 증상의 호전이 있었으나 약간의 불편감을 남기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본 증례의 환자는 7월 2일 모든 증상의 VAS가 0으로 발병 이전과 완전히 동일하게 회복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부분 단기간의 치료 후 증상이 완화되면 치료를 종결하기 때문에 그 이후의 증상 경과 관찰에 대한 내용은 다뤄지지 않았다. 본 환자의 경우 모든 증상의 VAS가 0이 된 7월 2일부터 치료 종결일인 8월 28일까지 총 8주간 주당 1-2회 치료를 지속하며 경과 관찰을 할 수 있었고, 해당 기간 동안 부작용 및 증상 악화가 나타나지 않아 치료의 효과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증례는 1례에 불과하여 일반화하기 어려우며, 양방 치료를 초기에 병행하였기 때문에 한의 치료를 단독으로 시행했을 때의 효과를 알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이 증례의 경우 한약, 침, 전침, 약침, 부항을 모두 사용한 복합 치료를 하였기 때문에, 각 단일 치료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향후 외전신경 마비에 대한 보다 세분화된 연구 및 다양한 증례 보고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IV. 요 약
본 논문은 특발성 좌측 외전신경 마비로 내사시, 복시, 어지럼증, 오심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2024년 4월 2일부터 2024년 8월 28일까지 상지대학교 부속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서 한약 치료, 침 치료, 黃連解毒湯 약침 치료, 전침 치료, 부항 치료를 시행한 치험례이다.
본 증례의 환자는 처음 증상 발생 후 약 4주간 양방 치료를 받았으나 전혀 호전 반응을 보이지 않아 본원에 내원하였다. 본원 초진 시 좌측 안구의 외전 범위 1㎜로, Scott and Kraft score -3에 해당하는 심한 외전신경 마비 상태였다. 3개월 간 한의 치료를 시행한 후 복시, 어지럼증, 오심, 안구 불편감의 네 가지 증상이 모두 VAS 0으로 호전되었고, 좌측 안구의 외전 범위도 정상 측 안구와 동일한 7㎜로 회복되었다.
이는 향후 외전신경 마비에 대한 한의 치료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