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는 의학적으로 중요한 인간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감염이 매우 흔하여 전 세계 대다수의 인구에서 혈청 양성률이 90%를 초과하며, 이 바이러스의 원발성 감염은 수두를 유발한다1). 수두(varicella)로 인한 피부 병변은 초기부터 작은 물방울 모양의 수포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후 농포로 변하고 결국 가피가 형성되어 탈락한다. 마지막 단계인 가피는 1-3주 차 정도에 떨어져 나가 붉게 함몰된 바닥을 남기게 된다. 몸통과 얼굴에서 호발하며, 수포를 동반하는 발진이 퍼져나가기 때문에 얼굴 부위에 영구적인 위축성 반흔으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2). 대상포진(herpes zoster)은 피부와 점막에 발생하는 VZV 감염 피부질환이다. 대상포진의 피부 병변은 일반적으로 흉터 및 색소 침착 없이 치유되지만, 면역이 저하된 경우 색소침착과 깊은 흉터가 생길 수 있다3).
연구에 따르면 50% 이상의 환자가 자신의 흉터 모양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며, 흉터로 인해 사생활에서 불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환자의 20%는 흉터로 인한 불안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4). 이처럼 흉터는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화학적 필링, 박피술, 레이저 치료, 펀치 기술, 지방 이식, 기타 조직 증강제, 니들링, 절개 및 복합 요법 등을 통한 흉터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며5), 한의계에서도 효과적인 치료 방법의 연구개발 및 증례보고가 이루어지고 있다6). 다양한 연령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본원의 연구 결과에서, 대상포진과 수두로 인한 위축성 흉터에 대해 한의학적 치료법인 절개침으로 좋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어 이에 대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의 피부 재생침 시술의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되어 미용 치료의 저변이 확장되어나가기를 기대한다.
Ⅱ. 연구 대상 및 방법
2017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대상포진과 수두로 인한 위축성 흉터를 주소로 해율한의원에 내원한 환자 중 안면 부위에 기타 기저 질환이 없는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시술 기간 동안 본원 처치 이외에 흉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타 시술을 받지 않도록 하였다.
시술 도구는 한국의 성심메디칼㈜의 26-29gauge 1/2inch의 일회용 멸균 needle로 통일하였다. needle의 선택은 흉터의 형태와 깊이를 고려하여 결정하였다. 시술 부위를 보릭솜으로 닦아내고, 보조수를 사용하여 흉터 부위가 넓고 얕은 형태로 만들도록 당겨준다. Needle 절개면을 위쪽으로 향하도록 하여 함몰된 부위 바로 아래쪽 피하에 수평으로 자입한다. 흉터 아래에 형성된 진피층과 피하지방층의 유착이 끊어질 수 있도록, 전후로 needle을 움직이며 절삭면을 활용해 섬유성 격막을 절개한다. 흉터 중심부터 시작하여 부채꼴로 수평 제삽을 반복한 뒤 90도 교차되는 지점에 다시 자입하여 앞의 과정을 반복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최대한 많은 유착 조직을 절개한다. 이를 통해 형성된 피하 공간에 혈액이 고르게 채워져 재생반응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보릭솜을 이용하여 지혈 후 시술을 마친다(Fig. 1).
시술 결과 평가는 관찰자 평가(Physician’s Global Assessment, 이하 PGA)와 정량적 흉터평가척도(The Stony Brook Scar Evaluation Scale, 이하 SBSES)를 채택하였다. 시술에 참여하지 않은 한의사 4인 중 3인은 PGA, 나머지 1인은 SBSES를 기준으로, 치료 전후 사진을 통하여 흉터의 호전도를 평가하도록 하였다. PGA와 SBSES의 측정기준7,8)은 다음과 같다(Table 1, 2, Fig. 2).
Evaluation of Improvement | Points |
---|---|
None | 0 |
Slight | 1 |
Average | 2 |
Good | 3 |
Very good | 4 |
Ⅲ. 연구 결과
연령별 분포를 보면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이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10명의 환자 중 남성이 2명, 여성이 8명이었고, 원인 질환에 따라 대상포진 5명, 수두 5명으로 나눌 수 있다. 10명의 환자 모두 절개침 시술을 피부 상태에 맞게 간격을 두고 받았다(Table 3).
시술 전후의 임상 사진을 분석한 결과, 흉터의 깊이와 너비를 포함한 전체적인 외형의 개선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Fig. 2). 절개침 시술을 받은 대상자 중 일부에서 초기에 붉은기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였지만, 이는 7일 이내에 자연스럽게 해소되었고, 그 외의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흉터 치료 후 PGA는 평균 4점 이상 4명, 4점 미만 – 3점 초과 6명, 3점 이하 0명이며, 평균 3.73±0.40 점으로 호전되었음을 나타냈다. 대상포진 흉터 5례의 경우 평균 4점 이상 2명, 4점 미만 – 3점 초과 3명, 3점 이하 0명이며, 평균 3.73±0.40 점으로 호전되었음을 나타냈다. 수두 흉터 5례의 경우 평균 4점 이상 2명, 4점 미만 – 3점 초과 3명, 3점 이하 0명이며, 평균 3.73±0.40 점으로 호전되었음을 나타냈다(Table 4).
SBSES를 기준으로 치료 전 ‘3점 이상’ 0명, ‘2점’ 6명, ‘1점’ 4명에서 치료 후 ‘5점’ 8명, ‘4점’ 2명, ‘3점 이하’ 0명으로, 치료 전 평균 1.60±0.60에서 치료 후 평균 4.80±0.80로 수치 변화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호전되었음을 판단할 수 있다. 대상포진 흉터 5례의 경우 치료 전 평균 1.20±0.80에서 치료 후 평균 4.60±0.40로, 수두 흉터 5례의 경우 치료 전 평균 2.00±0.00에서 치료 후 평균 5.00±0.00로 호전되었음을 나타냈다(Table 5).
Ⅳ. 고 찰
VZV는 인간 알파헤르페스 바이러스로서, 수두와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수두는 VZV의 첫 번째 감염으로 발생하며, 발열과 함께 전신에 가려움을 동반한 수포성 발진이 특징적인 소아기 질병이다. VZV는 첫 감염 이후 신경절 세포에 숨어 잠복 상태를 유지하는 알파헤르페스 바이러스의 특성을 가진다. 대상포진은 VZV가 재활성화되어 발생하는데, 이는 한쪽 또는 인접한 피부 영역에 국한되며 심한 통증을 동반한 수포성 발진으로 나타난다. 나이가 들거나 면역 체계가 약해질 때 대상포진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9).
이러한 염증이 발생한 후 치유되고 회복되는 과정 중에 흉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진피 하부부터 표층 근건막체계(Superficial Musculo Aponeurotic System, SMAS)에 이르는 유착성 섬유조직이 만들어진다. 흉터는 모양에 따라 위축성, 비후성, 켈로이드성, 비위축성 흉터 등으로 나뉜다. 특히, 위축성 흉터는 피부의 얇은 층과 진피의 하층 사이에 유착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진피 손실, 즉 콜라겐, 탄력 섬유, 그리고 심부 진피 지방 조직의 소실로 발생한다10).
흉터를 가진 사람들은 감정적 및 사회적 측면에서 고립과 외로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흉터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사람들은 흉터를 내재화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해당 개인의 감정 상태 및 행동양식에 영향을 준다. 흉터로 인한 불편함 증가, 부정적인 흉터 평가는 삶의 질 감소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11).
진피하절제술(subcision)은 진피층 내 형성된 섬유조직을 절개하는 방법을 통해 새로운 결합 조직의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위축된 흉터의 회복 기전을 활성화하는 치료 방법이다12). 본 논문의 절개침(오름테라피 혹은 오름침)은 위축성 흉터의 회복을 위한 진피하절제술의 일종으로, 한의학적 피부침자 원리에 기초하였다. 《黃帝內經․靈樞》 九鍼論에서 다룬 침법 중 하나인 鋒鍼을 통해 울체된 것을 풀어주는 한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치료방식으로, 삼사면의 침을 이용하여 흉터 부위의 유착된 섬유화 조직을 절개하고, 출혈을 유도하여 재생 효과를 얻는 과정으로 시행된다. 본원에서 시행하는 절개침은 각각의 흉터에 대해 진피층과 피하지방의 유착을 다각도로 절개하여 장력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표피와 진피 사이의 공간을 확보하고 상처 치유 기전을 활성화하여 새로운 결합조직이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함몰된 흉터의 복원을 돕는 시술이다13). 일부 시술 방법과 달리, 절개침의 경우 물리적인 방식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각질층이나 피부 장벽이 손상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적인 회복을 유도하여 콜라겐 재생을 이끌어내는 장점이 있다14).
본 연구에서는 결과 평가의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PGA, SBSES라는 두 가지 평가도구를 사용하였다. 절개침 시술 경력이 있는 한의사 중 시술에 참여하지 않은 4인이 평가를 수행하였다. 더 많은 관찰자를 통해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해당 시술 경험이 있는 의료인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요건에 부합하는 4인을 관찰자로 선정하였다. PGA와 SBSES의 평가항목이 일부 중복되는 측면이 있어 각 관찰자는 PGA, SBSES 중 한 가지 평가도구만 사용하여 치료 결과를 분석하였다. PGA의 경우 평가도구의 단순성으로 인해 SBSES에 비하여 주관의 개입으로 인한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세 명의 관찰자 평가를 종합하여 오차 범위를 줄이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SBSES의 경우 한 명의 관찰자를 배정하였기 때문에 평가 인원으로 인한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PGA에 비해 SBSES는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며 세분화되어있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은 평가도구이며, 해당 시술 경력이 10년 이상인 한의사가 평가를 수행함으로써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였다.
치료 후 PGA는 평균 3.73±0.40, 대상포진 흉터 5례는 3.73±0.40, 수두 흉터 5례 또한 평균 3.73±0.40으로 집계되었다. 치료 전후의 SBSES 변화를 보면 치료 전 평균 1.60±0.60에서 치료 후 평균 4.80±0.80으로, 대상포진 흉터 5례의 경우 치료 전 평균 1.20±0.80에서 치료 후 평균 4.60±0.40으로, 수두 흉터 5례의 경우 치료 전 평균 2.00±0.00에서 치료 후 평균 5.00±0.00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PGA와 SBSES의 수치는 치료를 통해 유도된 피부 재생 과정을 통해 흉터가 줄어들거나 소실되었음을 시사한다.
한의학적 흉터 치료에 대해 높아진 관심에 비해, 이에 관한 논문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증례 축적으로 객관성과 재현성이 높은 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6). 본원은 <절개침과 미세피부침, 약초필링을 이용한 위축성 여드름 흉터 치료 7례 임상보고>를 통해 효과적인 흉터 치료법의 개발과 후속 연구의 밑받침이 될 연구 성과를 공유한 바 있다. 현재까지 한의계의 흉터 치료 증례보고는 주로 여드름 흉터를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6). 하지만 여드름 이외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흉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한의학적 흉터 치료의 효과를 증명할 지속적인 치료 사례의 축적이 필요하다. 본 논문은 대상포진과 수두로 인한 흉터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며, 특히 대상포진 후 발생한 흉터에 한의학의 절개침을 적용한 최초의 증례보고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 다양한 원인의 흉터 치료에 대한 추가 증례보고를 축적하는 한편, 새로운 시술도구의 사용, 한약 복용 및 외용제 병행 등과 같이 치료방식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Ⅴ. 결 론
대상포진과 수두로 인한 위축성 흉터에 대해 본원의 절개침 시술이 갖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PGA, SBSES와 같은 지표를 기준으로 치료 사례를 평가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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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를 기준으로 시술 전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치료 후 PGA는 평균 3.73±0.40로 흉터가 호전되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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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ES를 기준으로 시술 전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 SBSES는 치료 전 평균 1.60±0.60에서 치료 후 평균 4.80±0.80로 증가하여 흉터가 호전되었음을 나타냈다.
이상 본 연구를 종합할 때, 본원의 절개침 시술이 대상포진과 수두로 인한 위축성 흉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다른 질환의 흉터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