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만성 화농성 중이염은 중이 점막의 비가역적 변화를 야기하는 염증성 질환으로 귀의 충만감, 농성 이루, 고막 천공, 청력 소실과 더불어 어지러움, 이명 등이 동반될 수 있다1,2). 고막의 천공과 흘러나오는 고름이나 피부 같은 물질이 축적될 때 만성 화농성 중이염으로 진단하고 악화될 때 항생제 점이제를 처방한다. 중증의 발적을 보이는 경우 경구 항생제를 투여하며 진주종의 경우 대체로 수술로 제거한다3).
한의학에서는 귀에서 농이 흘러나오는 병명을 膿耳, 聤耳, 耳膿, 耳疳 등으로 칭하였고 外因으로는 風熱濕邪의 침습으로 발생하고 內因으로는 肝膽火盛, 脾虛濕困, 腎元虧損 등 장부 기능 실조로 인하여 발생한다고 하였다4). 중이염에 대한 병리기전, 증상, 약물 치료, 침구 치료에 대한 이론과 임상 경험을 다각도에서 다루어 왔으나, 아직까지 만성 화농성 중이염에 대한 증례보고를 포함한 문헌적 근거는 많지 않다5,6).
정 등7)은 한의학 문헌 78종을 선정하여 중이염 관련 처방을 조사하였다. 학회에 보고된 만성 화농성 중이염 치료와 관련된 논문은 荊芥連翹湯4,8), 仙方活命飮5), 蔓荊子散2,6), 補中益氣湯9)을 투여한 증례를 찾을 수 있었고 홍 등9)은 7세 이하 소아를 대상으로 補中益氣湯을 투여하였는데 성인 중이염 환자를 대상으로 補中益氣湯을 투여한 증례는 찾을 수 없었다.
본 증례는 10여 일 이상의 유병 기간을 지난 후 양방 이비인후과에서 양약 치료를 1주일간 받았으나 호전이 전혀 없었던 중년 여성에게 補中益氣湯과 침 치료 후 유효한 결과를 얻었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II. 증 례
본 연구는 환자에게 진료 기록을 학술적으로만 이용할 것에 대해 설명 후 동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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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주○○(F/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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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만성 화농성 중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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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일 : 2019년 10월 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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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증 : 좌측 이충만감, 농성 이루, 두중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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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력 : 중이염과 비염 관련 기왕력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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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력
해외여행 2-3일 전부터 좌측 귀에 이상감각이 있었고 여행 당일 비행기로 10시간 정도 이동 중 좌측 귀에서 농성 이루가 흘러나왔다. 1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귀국 후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고막이 천공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항균제, 항생제를 처방받아 1주일간 약을 복용하였으나 증상 호전이 없었다. 농성 이루의 호전이 없고 고막 재생이 안 될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한방 치료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에 본원을 내원하였다.
2019년 11월 11일 - 2019년 12월 16일(36일간) 경기도 파주 소재 원외탕전실을 이용하여 《東醫寶鑑》의 補中益氣湯을 연조엑스제로 만들어 11g 1포를 하루 3번 식후 30분에 복용하게 하였다. 補中益氣湯 약재 구성은 다음과 같다(Table 1).
고막과 주위에 발적은 없고 고막 색깔이 누렇고 탁하게 변하였다. 고막 중심에서 아래쪽으로 작은 구멍이 하나 있고 그 아래에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탁하고 끈적이는 농성 이루가 고여 있었다. 발병일 전후 이통과 발열이 없었고 고막 천공과 농성 이루를 근거로 만성 화농성 중이염으로 진단하였다. 농성 이루는 이도를 통해 계속 흘러나와 환자 스스로 면봉으로 자주 닦아내었다. 이충만감과 두중감은 VAS 5로 평가되었다.
고막은 다소 팽창되어 보이고 농성 이루는 매우 줄어들었다. 천공의 크기는 줄지 않고 그대로 관찰되었다. 이충만감과 두중감은 VAS 3으로 줄었다.
같은 위치에 천공이 다시 생겼고 농성 이루는 없었다. 이틀 사이에 환자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하였다. 고막이 재생되는 초기에 코를 심하게 풀어서 귀 안의 압력이 올라가면 재천공되기 쉬우므로 주의하시라 당부하였다. 이충만감과 두중감은 VAS 3으로 조금 높아졌다.
고막이 재생된 지 2주가 되었고 그동안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다. 이충만감과 두중감도 VAS 1로 유지되어 s모든 치료를 종료하였다(Table 2, Fig. 1).
Ⅲ. 고찰 및 결론
중이염은 유병 기간에 따라 3주까지는 급성,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만성으로 분류한다9). 고막의 발적, 삼출액, 이통, 발열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급성 중이염, 이통이나 발열 등의 급성 증상이 없이 중이에 삼출액이 고이는 경우 삼출성 중이염으로 구분하며, 만성 중이염은 고막이 천공된 천공성 만성 중이염과 진주종 형성이 나타나는 진주종성 만성 중이염으로 구분된다10). 만성 중이염은 급성 중이염의 만성화가 대부분이며, 그 원인으로는 고막의 일부에 비가역적 진행성 병변을 일으키는 중증 급성 중이염이 있거나, 선천적 유아기의 중이 감염으로 인한 중이 함기봉소의 발육이 억제되어 있는 측두골에서 점막이 비후되고 섬유화되어 염증에 대한 면역력이 약한 경우, 기타 전신적 면역력이 떨어져 있거나 만성 부비동염, 만성 편도선염 또는 후비강 종양 등에 의한 반복된 이관 감염에 의해 만성화가 쉽게 될 수 있다11).
본 환자는 여행 2-3일 전 귀의 이상감각을 느꼈고 10일간의 해외여행 후 귀국하여 양방 이비인후과를 내원하여 1주일간 항균제, 항생제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었던 환자로 유병기간에 따른 중이염의 분류에 20여 일의 기간이 애매한 점이 있으나 급성 중이염의 진단에 중요한 근거인 충혈되고 불투명하며 팽만된 고막의 형태가 아니며1)항균제와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만성 화농성 중이염으로 진단하였고, 해외여행 준비와 장거리 이동 중에 중이염이 발생한 것은 허약한 체질에 피로가 누적된 것이 발병 요인이 되었다고 보아 補中益氣湯을 처방하였다.
補中益氣湯은 李東垣의 《東垣十種醫書》에 처음 등장하고 우리나라 《東醫寶鑑》, 《方藥合編》에도 기재되어 있으며 中焦를 補하고 기운을 보강해 주는 대표적인 처방12)으로 《東醫寶鑑》과 《方藥合編》의 補中益氣湯 모두 약재 구성은 같으나 천공된 고막 재생에 가장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托瘡生肌하는 효능을 가진 黃芪의 용량이 0.5돈 많은 《東醫寶鑑》의 補中益氣湯을 선택하였다.
정 등7)은 한의학 문헌 76종을 선정하여 중이염 처방 내용을 발췌하여 검토하였고 蔓荊子散은 23개, 龍膽瀉肝湯은 17개, 荊芥連翹湯은 9개 문헌에서 사용례를 찾았다. 반면 補中益氣湯은 상대적으로 적은 4개 문헌에서 中氣 허약으로 인한 耳瘡, 腎虛로 인한 膿水, 허약한 소아의 耳出膿水, 만성 화농성 중이염에 처방 가능한 것으로 매우 간략히 언급되어져 있었다. 만성 화농성 중이염의 한의 치료와 관련하여 학술지 검색을 통해 荊芥連翹湯4,8)과 蔓荊子散2,6)을 활용한 치험례를 2편씩 찾았고 補中益氣湯9) 치험례는 1편 있었는데 소아를 대상으로 하였고 성인 중이염 환자를 대상으로 補中益氣湯을 투여한 증례는 찾을 수가 없었다.
補中益氣湯과 그 加味方은 최근 학술지를 통해 기능성 소화불량13), 만성피로증후군14), 허증으로 변증된 여드름15), 알레르기성 비염16)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고 중이염과 관련해서 앞서 언급한 홍 등8)이 7세 이하 소아 3명에게 補中益氣湯을 투여하였고 중이염이 만성화되고 비위 기능이 손상되어 내상과 외감을 겸비하였을 때 補中益氣湯을 운용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정 등7)의 문헌 고찰과 홍 등8)의 補中益氣湯 증례 등을 살펴볼 때 補中益氣湯은 허약 체질이거나 중이염이 만성화 되어 재발이 되는 경우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며 본 증례의 경우와도 일치하였다.
補中益氣湯 복용과 아시혈 위주의 침 치료를 2주 정도 하고 나서 농성 이루가 매우 줄었고 3주가 지나자 천공된 고막이 재생되어 천공이 소실되었다. 이충만감과 두중감도 VAS 2로 초진 대비 40% 정도로 호전되었다. 천공이 소실된 지 2일 만에 원인은 알 수 없으나 고막이 재천공되었지만 농성 이루는 없었다. 이후 1주일이 지나자 다시 천공된 고막이 재생되어 천공이 소실되었고 이충만감과 두중감도 VAS 1로 다시 줄어들어 불편감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에 補中益氣湯 복용을 중단하고, 이후 고막이 재생된 지 2주 동안 정상적으로 잘 유지가 되어 치료를 시작한 지 7주 만에 모든 치료를 종료하였다.
중이염은 상견 질환이고 여러 한의문헌에 치료 내용이 기술되어 있긴 하지만 그 내용이 매우 단편적이다. 또한 정 등7)이 지적한 것처럼 중이염이 발생하면 대부분 양방 치료를 받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중이염에 한의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전국민적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증례가 양방 치료에 효과가 없던 만성 화농성 중이염이 적절한 한의 치료를 통해 충분히 호전될 수 있으며, 허약 체질의 만성화된 중이염에 補中益氣湯이 농성 이루를 줄이고 천공된 고막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일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하였고 비교 영상이 될 수 있는 우측 귀의 정상 고막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본 연구에서 아쉬운 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