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외전신경(갓돌림신경)은 제6뇌신경으로도 불리며 동측의 외직근(가쪽곧은근)의 움직임을 담당한다. 외전신경의 마비가 발생하면 동측 안구의 외전운동 장애로 인해 복시, 흐린 시야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병변의 위치에 따라 안면마비, 반신불수 등 기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1). 외전신경마비의 일반적인 원인으로 고혈압, 당뇨 등의 혈관성 질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 외 특발성, 두개내 종양, 외상, 염증 등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2). 영상 검사, 혈액 검사 등을 시행하여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먼저 치료하며, 안과적 치료로 차폐, 프리즘 안경, 보톡스를 시행한다. 대부분 경과 관찰을 주로 하며 6개월 이상 호전이 없을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3).
최근 항암면역치료와 외전신경마비를 비롯한 뇌신경장애와의 연관성이 대두되고 있다. 2021년 발표된 후향적 연구 및 문헌고찰 연구는 면역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 치료의 합병증으로 뇌신경장애가 나타날 수 있음을 제시하며, 얼굴신경(Ⅶ), 속귀신경(Ⅷ), 시각신경(Ⅱ) 다음의 빈도로 외전신경의 장애가 관찰되었다고 보고 하였다4).
한의학에서 마비성 사시는 神珠將反, 瞳神反背, 墜睛, 仰視 등으로 불리며 氣血不足, 腠理不固, 風邪乘虛 襲入, 筋脈弛緩을 주원인으로 치료한다고 하였다5). 외전신경마비의 한의학적 치료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지만6) 항암면역치료 후 발생한 외전신경마비에 대한 한방 치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는 항암면역치료 후 발생한 외전신경마비 환자에게 한방 치료를 시행하여 유의한 효과를 얻었기에 보고하는 바이다.
Ⅲ. 증 례
1. 대상 : 조OO, 63/M
-
1) Left eye abduction restriction : -4(Scott and Kraft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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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iplopia : 사물이 겹쳐 보임. 보행 중 자주 부딪힘. NRS(Numerical Rating Scale)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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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ecreased visual acuity : 사물이 뿌옇고 흐릿하게 보임. NRS 8.
2022년 3월 30일 5회 차 간세포암 항암면역치료 시행 후 2022년 4월 6일경 기력저하와 더불어 좌안 외전운동 장애, 복시, 시력 저하 증상 발생함. 종합병원 안과에서 제6뇌신경(외전신경)마비 진단 후 별무치료 시행, 2022년 4월 20일 동일병원 신경과에서 두부 자기공명영상검사(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상 경색, 종양 등의 원인 없이 외전신경 가늘어진 소견만 관찰, 특발성 외전신경마비 진단 하 뇌기능 개선제(글리아티린 연질캡슐), 혈액순환 개선제(타나민 정 40㎎) 복용하였으나 증상 지속되어 2022년 5월 12일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외래에 내원함.
8. 혈액 검사 소견(Table 1)
補中益氣湯 加 鹿角膠(Table 2) 1첩을 2팩(팩당 120㏄)으로 추출하여 1일 2회 아침, 저녁 식후 30분에 복용하도록 하였다.
일회용 스테인레스 호침(동방침구제작소, 0.25×30㎜)을 사용하여 양측 合谷(LI4), 좌측 下關(ST7), 四白(ST2), 太陽(EX-HN5), 攢竹(BL2), 魚腰(EX-HN4), 絲竹空(TE23), 頭維(ST8), 百會(GV20), 흉쇄유돌근, 측두근에 총 15개 내외로 穴位를 취하여 15분간 留針하였다.
침 치료 시에 양측 合谷(LI4), 좌측 四白(ST2)-太陽(EX-HN5), 攢竹(BL2)-絲竹空(TE23) 총 3쌍을 연결하여 침 전기 자극기(스트라텍, STN-330) program 1 전기 자극을 통증을 느끼기 직전의 강도로 15분간 시행하였다. Program 1 전기 자극은 2-8㎐ 주파수의 전기 자극을 강도와 주파수에 변화를 주며 7분 30초 주기로 반복하는 패턴이다.
강동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탕전실에서 제조한 봉독 1:30,000(10㎖당 봉독 원료 0.33㎎)을 1㏄ 일회용 주사기(화진메디칼, 한국)를 이용하여 좌측 下關(ST7), 四白(ST2), 太陽(EX-HN5)에 주입하였다. 부위에 따라 깊이 0.2-0.5㎝, 한 부위당 약 0.1㏄씩 총 0.3㏄를 주입하였다.
한약은 매일 하루 2회 복용하게 하였으며 2022년 5월 12일, 2022년 5월 30일 각각 10일분씩 처방하였다. 침, 전침, 뜸, 약침 치료는 2022년 5월 12일부터 2022년 6월 7일까지 주 3-4회, 총 13회 외래를 통하여 시행하였다.
2022년 5월 12일 첫 치료 직후부터 증상 호전되기 시작하여 2022년 5월 30일 외전운동 장애 증상이 소실되었다. 2022년 6월 7일 복시 증상이 소실되어 보행 중 부딪히는 증상 발생하지 않았으며, 흐리고 뿌옇게 보이는 시력 저하 증상 또한 초진 시 대비 80% 경감되어 NRS 2 수준으로 자각된다고 하였다. 2022년 6월 10일 7회 차 항암면역치료를 시행하였음에도 증상의 재발이나 악화 없이 유지되었다. 치료 기간 중 이상반응은 없었으며 2022년 6월 10일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Table 1).
Date | Eye abduction restriction | Diplopia | Decreased visual acuity |
---|---|---|---|
2022.5.12 |
![]() |
NRS* 8 | NRS 8 |
2022.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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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5.30 |
![]() |
||
2022.6.7 |
![]() |
NRS 0 | NRS 2 |
Ⅳ. 고 찰
외전신경은 제6뇌신경으로 그 핵은 교뇌의 아랫부분 제4뇌실 바닥에 위치한 얼굴신경속무릎고리에 위치한다. 핵에서 시작한 신경섬유는 교뇌와 속질 사이에서 뇌간을 떠나 해면 정맥굴을 지나며 위안와틈새를 통해 안와로 들어가 외직근에 이르게 된다. 외전신경의 단독마비인 경우 동측의 외전장애 제한과 마비내사시의 양상을 보이며, 외전신경핵에 이상이 생긴 경우 동측의 외전신경마비와 더불어 수평주시마비가 발생한다. 병변이 교뇌나 추체골 첨단에 위치한 경우 외전신경마비 증상과 더불어 얼굴신경마비, 얼굴지각마비, 청신경마비, 반신불수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데 포비유 증후군, 밀라드-구블러 증후군, 그라데니고 증후군 등이 그 예이다1).
외전신경마비는 주행경로가 다른 뇌신경에 비해 길고 굴곡지므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손상받기 쉬운데8), 그 병인은 크게 외상성, 종양성, 혈관성, 동맥류성, 특발성, 그 외로 분류된다. 종양성은 신경의 주행경로 혹은 빠져나오는 구멍에 종양이 생기는 경우로 주로 신경초종이나 전이암으로 인해 발생한다. 혈관성은 고혈압, 당뇨, 뇌경색의 위험 인자로 허혈성 외전신경마비를 야기한다. 그 외 수막염, 매독, 라임병 등의 감염이나 선천적, 자가면역적 요인이 있다9). 각 병인의 비율은 연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최근 정 등2)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외전신경마비 진단(H49.2)을 받은 한국인 486명 중 혈관성이 56.6%, 특발성이 27.2%, 종양성이 5.6%의 비율을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외전신경마비의 치료는 예상 병인을 파악하고 조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원인 질환의 감별을 위해 안과적 검진이 선행되며 병력청취를 통해 외상, 고혈압이나 당뇨 등 혈관성 질환의 위험성을 파악한다. 이후 신경학적 검진을 시행하는데, 암 과거력이 있는 경우 MRI를 통한 뇌영상 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영상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 혈액 검사를 통한 자가면역질환, 갑상 선 관련 질환 등을 배제하게 된다9).
본 연구의 환자는 종합병원 안과 및 신경과에서 시행한 검사에서 외전신경이 가늘어진 소견 외에는 다른 발견이 없어 특발성 외전신경마비로 진단받았다고 하였다. 고혈압 인자는 현재 잘 조절되는 중이며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경우에도 혈관성 위험 인자가 있을 수 있다는 보고10)를 근거로 항암면역치료가 외전신경마비의 발병에 주된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정하였다.
본 연구의 환자가 시행 중인 항암면역치료는 Atezolizumab과 Bevacizumab을 병용하여 정맥투여 하는 치료법이다. Atezolizumab은 PD-L1(Programmed Death-Ligand 1) 억제제로 면역관문 억제제에 속하며 3세대 항암요법이라 불리는 항암면역치료로 분류된다. Bevacizumab은 혈관내피 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억제제이며 진행된 간세포암에 대한 미국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Atezolizumab과 Bevacizumab 병용요법을 1순위로 권고하고 있다11). 국내에서도 2022년 5월 1일부터 간세포암에 대한 Atezolizumab과 Bevacizumab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되어 그 사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12).
항암면역치료는 다양한 면역관련 이상반응(immune-related adverse event, irAE)을 보인다. 신경독성 또한 그 중 하나이며,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항신경 자가면역 반응, 자가항원에 대한 방종양성 반응, 발현된 항원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 등으로 유추된다13). 신경독성 면역관련 이상반응에서 뇌신경장애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어 크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최근 Vogrig 등4)은 후향적 연구 및 문헌고찰을 통해 면역관문 억제제가 뇌신경장애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항암면역치료 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Atezolizumab과 Bevacizumab 병용요법 후 외전신경마비 이상반응을 보고한 연구는 없었으나 면역관문 억제제, 혈관내피 성장인자 억제제에 대한 외전신경마비 증례가 각각 4례, 1례가 검색되어 치료 기간, 예후 등을 분석하였다(Table 5). 5례 모두 외전신경마비 발생 이후 항암면역치료를 중단하였고, MRI에 이상소견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치료 시작부터 호전되어 대부분 관해 되었다고 하였다.
Patient (sex/age) | Immunotherapy | Onset(after initial immunotherapy) | Treatment | Resolution period | Immunotherapy continue | Follow up |
---|---|---|---|---|---|---|
M/634) | Ipilimumab+pembrolizumab | 1 month | Corticosteroids | 6 weeks | Pembrolizumab only | 15 months |
M/6414) | Pembrolizumab | 13 months | Corticosteroids (1㎎/㎏/day) | 6 weeks | X | 7 months |
M/824) | Nivolumab | 1 month | Corticosteroids (1㎎/㎏/day) | NM* | X | 2 years |
M/8315) | Nivolumab | 6 weeks | Corticosteroids (1㎎/㎏/day) | NM | NM | NM |
W/6716) | Bevacizumab | 2 days | Aspirins(81㎎/day) | 3 months | NM | NM |
본 연구의 환자에게 발생한 외전신경마비의 치료 방향은 신경 재생과 혈류순환 개선을 목표로 하였다. 혈류순환 개선은 환자가 50세 이상이며 고혈압, 흡연의 과거력 등이 있는 경우 미세혈관 허혈 치료를 우선순위로 고려할 수 있다는 Kung 등17)의 보고에 근거하여 병행하였다.
평소 소화불량, 피곤함 등의 증상과 항암면역치료 후 기력저하를 호소하였다는 점에서 마비성 사시의 주요 병인 중 氣血不足으로 변증하여 補中益氣湯을 기본방으로 처방하였다. 補中益氣湯은 補中益氣, 升陽擧陷하는 처방으로 飮食減少, 體倦肢軟, 身熱 등의 증상에 사용되며18), 암 관련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는 보고19)를 근거로 선택하였다. 鹿角膠는 虛勞 體弱消瘦者에게 사용하는 補血 益精의 효과를 가진 본초20)로 환자의 적극적인 기혈회복을 목적으로 加味하였다.
기혈순환을 촉진하고자 안구 및 주변 근육들에 침 치료를 시행하였다. 침 치료는 원 등6)의 외전신경마비 한방 치료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서 그 유효성이 확인되었으며, 사암침법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안구 주변의 혈자리를 取穴하였다고 하였다. 合谷(LI4)은 외전신경마비 침 치료에서 다용되는 혈자리로 四總穴 중 頭面을 관장한다 하여 안면신경마비, 귀 질환 등에 다용된다. 또한 合谷(LI4)은 자율신경 조절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21) Hideaki 등22)은 건강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무작위대조군 연구에서 合谷(LI4)-曲池(LI11) 전침 자극은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부교감신경의 활성을 일으켰다고 보고하였다. 부교감신경은 혈관 수축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로23) 부교감신경의 활성화는 말초혈류순환 증가로 이어진다.
외전신경 주변의 전침 치료는 신경 재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Wang 등24)은 외전신경마비 절단 동물모델에 대한 전침 치료 연구에서 절단된 외전신경 주변의 전침은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 수용체 활성화를 통해 신경 재생을 촉진한다고 보고하였으며 Fei 등25)은 안면신경 손상 동물모델에서 四白(ST2) 등에 시행한 전침이 신경세포 자멸 및 말초 염증반응을 억제하여 신경 회복에 도움을 준다 하였다.
안구 주변의 뜸 치료는 온열 자극을 통한 말초혈관 확장26)으로 혈류순환 증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최근 Di 등27)은 뇌경색/재관류 손상 동물모델 연구에서 百會(GV20) 등 병변 주변에 뜸 치료 시 NR2B(N-Methyl-D-Aspartate Receptor Subunit 2B)를 억제하여 신경세포 자멸을 막아 신경보호의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외전신경마비에 대한 봉독 약침 치료가 본 연구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원 등6)은 외전신경마비 한방 치료에서 약침 치료는 총 2편, 모두 黃連解毒湯 약침을 사용하였다고 하였다. 봉독 약침은 안면신경마비28)를 비롯한 신경마비질환의 치료에 다용되고 있으며 봉독의 주요 구성 단백질인 멜리틴(melittin)은 신경보호의 효과29)가 있다고 보고되어 다른 약침에 비해 그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 배제진단을 위한 검사가 제한적이었다는 점, 사시각 측정이 시행되지 않아 연구간 비교가 어려운 점, 자연 회복의 경과인지 한방 치료의 효과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증례 1례로서 일반화하기 어려우며 복합 치료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각 중재의 정확한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3주 동안 양방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반응이 없다가 한방 치료 시작 직후부터 호전이 있었던 점, 특발성 외전신경마비의 평균 회복 기간은 약 3.5개월30)인 점, 외전운동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 점31)을 고려한다면 한방 치료가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고 사료된다.